김신 삼성물산 사장, 증인신문서 특검 주장 조목조목 반박"합병 무산됐다면 손실 더 커졌을 것…일성신약 제안 주장 전면 부인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검사님은 우리나라 주식시장 가격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까?"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의 말이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합병 시점, 회사가치 등을 문제 삼는 특검에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경영상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특검의 지적에 '합병이 안됐다면 엄청난 기회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검은 이날 김 사장을 불러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과 주주인 일성신약 윤석근 부회장을 만난 경위 등을 확인했다. 

    또 물산 주식이 저평가된 이유와 그로 인해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결정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김 사장은 윤 부회장과 만난 배경과 나눈 대화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윤 부회장이 특검조사에서 '7만5000원 이상에 주식을 사줄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해주겠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엘리엇과 법적 분쟁이 있던 상황에서 찬성하는 대가로 주식을 비싸게 매수할 경우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물산 합병이 중요하다고 했다는 진술에는 "그런 말을 듣지도 하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물산 합병이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특검의 주장에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주주이익과 회사가치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물산 대표로써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기본적인 점검을 거쳤고 회계법인에 확인하기도 했다"며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출됐다. 저희가 조정한다는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합병비율과 시가조작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은 "저평가 논란이라는게 회사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건데 법에 의해 산출된게 뭐가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가를 조작했다고도 하는데 8조원이 되는 시가총액을 어떻게 조작한다는 건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변호인단 역시 김 사장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삼성이 합병과정에서 불리한 비율을 끌어내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고 공시를 늦췄다는 주장은 의혹에 불과하며 가능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사장과 변호인단은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물산 합병에 찬성했다는 주장에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합병이전에 유가상승과 해외실적 악화 등으로 3조원의 손실이 있던 상황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물산 주가는 폭락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합병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반대다"라며 "합병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합병이 안됐다면 국민연금도 엄청난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