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품-미국 완제품… '메이드 인 코리아' 될까文 대통령 후보시절, KAI 항공점퍼 입고 일자리창출 외쳐

  • ▲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추진 중인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세일즈에 나섰다. ⓒ 뉴데일리
    ▲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추진 중인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세일즈에 나섰다. ⓒ 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전투기와 한국 고등훈련기의 빅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사여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반년 간의 국정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정상외교를 통해 국가 미래 산업을 이끌겠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방미사절단에서 제외됐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아직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일단 KAI측은 연말로 다가온 수주전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잔뜩 고무된 표정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고등훈련기 사업은 초기물량만 18조원, 후속기체 사업까지 더하면 30년 간 규모가 100조원에 달한다.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 공군의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프로젝트 입찰에 뛰어들었다. 

올해말 입찰 결과 발표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빛을 발할 지 주목된다. 


◇ APT 사업 따낼 땐 100조 효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방미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고등훈련기 빅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하면 미국 록히드마틴과 KAI가 공동 개발 중인 고등훈련기 T-50A를 미 공군이 사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주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까지 거론한 만큼 미국산 전투기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양국 정상간 이같은 논의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KAI는 이번 입찰에 명운을 걸고 있다. 현재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와 경쟁하고 있다. 

APT 사업을 따낼 경우, 미국의 우방국도 T-50A를 채택할 가능성이 커 향후 30년 간 2000대를 판매, 100조원 규모의 수출 효자 역할을 하게된다. 

KAI는 오는 2030년에 매출 20조원을 달성, 세계 6위권의 항공 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 2030'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APT 사업을 따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KAI 하성용 사장 등 전 임원진은 일찍이 사표를 써놓고 수주를 위해 뛰고 있는 상태다.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3일 진주시 집중유세에서 KAI 항공점퍼를 입고 엄지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3일 진주시 집중유세에서 KAI 항공점퍼를 입고 엄지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경제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이 국가 방위 산업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일자리창출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후보시절 KAI 본사가 위치한 진주·사천 일대를 찾아 "우리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면서 "진주·경남 경제를 살려낸 대통령, 일자리를 해결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KAI 항공 점퍼를 입었다. T-50A 수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항공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수주가 절실하다. 

    KAI 관계자는 "전투기 만드는 기술이 배 만드는 작업과 비슷하다"면서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분들을 모셔왔다. 앞으로 수주가 늘면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에 한국산 수입으로 인식시켜야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가 산업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메인 사업자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사가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는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빅딜'이 양국 간 합의사항이 되려면 T-50A이 한국산 수출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T-50A사업은 KAI가 경남 사천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고 이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출고되는 방식을 띠고 있다. 

  • ▲ KAI와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 한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 T-50A.ⓒ KAI
    ▲ KAI와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 한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 T-50A.ⓒ KAI


  • 즉, KAI가 제품의 일부를 만들지만 메이드인 코리아, 한국산 제품이 아닌 미국산 제품이 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완제품이 '미국산'이기 때문에 한국 제품의 수입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첫 '세일즈외교'에 나서면서 계약 당사자인 KAI를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을 두고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에는 방산업계에서 한화테크윈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한미간 공동개발사업이기 때문에 KAI를 경제사절단에 포함하는 것을 두고 고심했을 것"이라며 "청와대는 미국과 첫상견례에서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명확하게 보여줄 기업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