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8차 공판..."특검 준비 부족으로 신문 일정 오후로 연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8차 공판이 특검의 미흡한 준비로 인해 오후 일정으로 연기됐다. 특검이 공판 시작과 동시에 '피고인 신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기 때문이다.

31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열린 48차 공판은 본격적인 피고인신문이 예고돼 있었다. 오는 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을 제외하면 마지막 신문단계로 피고인들을 상대로 공소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인 셈이다.

이날 공판은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에 대한 신문이 다뤄질 계획이었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당초 오전 공판은 황 전 전무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특검이 황 전 전무의 신문을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공판은 30분만에 종료됐다. 

특히 예고없이 오후 공판으로 계획된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신문과 순서를 변경했으면 한다는 입장도 내비쳐 빈축을 사기도 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저희가 지금 박상진 피고인에 대한 준비를 해와서 가능하면 박상진 피고인을 먼저하고 황성수 피고인을 오후로 했으면 한다. 황성수 피고인의 신문 부분이 미흡해 형식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의 갑작스런 발언에 재판부와 변호인단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 역시 '제 메모에도 첫번째가 황성수 피고인으로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역시 술렁였다. 대다수가 공판을 보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대기하던 사람들이다. 

한 방청객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사라는 이들이 신문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며 "순서를 혼동했을리도 없을텐데 무슨 까닭으로 이런 행동을 보이는 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방청객은 "오늘 재판을 보려고 어제 지방에서 올라와 숙소까지 구해 새벽부터 줄 서 있었다"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정해진 일정을 연기하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더군다나 주말도 껴있었고 이미 예정된 순서였는데 이는 시간 끌기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문일정 변경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을 구했으나, 당초 계획된 일정인만큼 정해진 순서를 지켰으면 한다는 변호인단의 입장으로 무산됐다. 그러면서 오후 1시까지 준비할 시간을 주면서 오전 공판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