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형사들, 주택 호황에 영업익 증가… 해외 부진에 수주는 '뚝'주택 호황 막바지 임박… 해외수주도 반등 기미 없어
  • ▲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렸던 국내 주택시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신 2차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렸던 국내 주택시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신 2차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상반기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영업 성적이 개선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간 호황을 누린 국내 주택 부문 덕이다. 문제는 주택 부문 호황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외시장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1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상장 대형사의 상반기 잠정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이익은 모두 1조50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745억원보다 162.6% 뛰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국내 주택 부문의 매출 비중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주택 부문을 포함한 건축 부문 비중은 지난해 34.6%에서 올해 41.0%로 6.38%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주택 부문 매출 증가에도 2.45% 늘어나는데 그쳤다. 해외 부문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택 부문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어 해외사업 부진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의 '2017년 건설산업 위기와 기회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후 건설산업은 신규수주 저하에 따른 사업 안정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국내 주택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골자다.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건설사 분양물량은 2015년 51만6000호, 지난해 45만4000호 등 장기 평균인 29만호를 크게 상회하는 공급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기에 진입해 연간 분양계획물량은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25만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입주 폭탄'이 떨어지면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올해와 내년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78만5000호로, 29만호 안팎의 평균 연간 주택수요를 고려할 때 과잉공급이 심각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 정책도 부동산시장 관리 강화로 선회한 만큼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토목 분야도 올해 정부의 SOC 예산이 지난해보다 6.8% 축소되면서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이후 내수시장 호황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정화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건설사의 실적을 떠받쳐왔던 내수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수익원 발굴이 필요하다"며 "지난 2년간 부진했던 해외수주 확대가 앞으로 국내 건설사 성장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주택 분양시장 상황이 양호하지만, 2015년 52만호 분양 이후 공급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건설사들의 주택 매출액은 2019년 이후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해외 수주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하반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대우건설
    ▲ 해외 수주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하반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대우건설


    문제는 국내 주택 부문 부진을 보완할 해외시장 여건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5개 대형사의 해외 신규수주액은 6조890억원으로, 지난해 10조5114억원에 비해 42.0% 감소했다. 삼성물산이 88.8% 줄어들면서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으며 이어 △대림산업 85.5% △대우건설 63.2% △GS건설 23.8%△현대건설 9.88% 등도 하락했다. 이는 연간 해외 신규수주 목표치의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매출 비중이 국내 주택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동안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무리하면서 큰 손해를 입었던 만큼 업계 안팎에서의 해외 수주시장 반등 기대감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대형 프로젝트가 몰려있는 3분기를 해외수주의 승부처로 잡고 있지만, 2015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 기조 지속 등으로 발주물량 자체가 위축되면서 해외건설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 등으로 600억달러를 웃돌다가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된 2015년 461억달러부터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건설산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경험했던 지난 2년과 비교해보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겠지만,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호 연구원은 "해외수주가 낙찰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대부분 중동 국가에서 플랜트 건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각국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해 발주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어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외 지역의 부진이 여전하다. 상반기 국내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모두 163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152억달러에 비해 7%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중동(89억달러, 90.6%)을 제외한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는 수주액이 급감했다. 최근 최대 수주지역으로 부상한 아시아는 상반기 65억달러로, 지난해 68억달러에 비해 4% 줄어들었다.

    신시장으로 평가되던 중남미는 13억달러에서 2억달러로 83% 감소했으며 태평양·북미 지역은 13억달러에서 7200만달러로 94% 급감했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 해외수주 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추가 유가 하락으로 중동 국가들의 발주 여건이 악화됐다. 배럴당 55달러 선에 거래되던 두바이유 가격이 이달에는 47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발주처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상반기 발주가 유력했던 오만 두쿰과 바레인 시트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의 입찰이 하반기로 연기되기도 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수주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익성을 갖춘 프로젝트 발주가 줄어들면서 수주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며 "중동과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은 사업 리스크가 크다보니 신규시장을 개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중동 발주처들이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투자계획을 보류할 공산이 크다"며 "무엇보다 현재 중동에서 설비 증설에 대한 발주는 거의 없고, 기존 시설 개보수나 추가 파이프 증설 등에 그치고 있어 하반기를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