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입법 추진부터 한의사 영문표기·보건소장 의사 우선임용 개정 등 대립 '속속'
  • ▲ 지난해 의료계가 정부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정책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의료계가 정부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정책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사건건 부딪쳤던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우선 최근 국회가 한방 의료와 관련한 입법을 속속 추진하면서 의-한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공동발의 요청서'를 보낸 것.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사안은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의 정점에 놓인 문제로, 몇년째 뚜렷한 해법 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부분이다.


    개정안에는 한방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것으로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경우 한의사가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신한방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방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나아가 한의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박능후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에 대해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한의계는 환영하는 반면, 의료계는 긴장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은 오래된 일"이라면서 "두 집단이 '국민건강권을 확보한다'는 상위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굳이 해결책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로 원윈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빨리 가동해서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을 촉발하고 있는 입법 추진은 이뿐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앞서 지난달 한방산업육성협의회 폐지 및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한의약육성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의계는 한의약의 육성과 발전은커녕 세계화·과학화를 향해 필요한 법안이라는 반면, 의료계는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은 이뿐 아니다. 한의사 영문 표기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연구보고서가 발단이다.


    진흥원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 등 해외에서 한의사가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한의사 영문면허증에 MD를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12개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1곳 포함)이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WDMS)에 등재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의료계의 항의와 반발로 홈페이지에서 삭제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사 보건소장 우선임용 조항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도 의료계와 한의계는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에 임용하도록 규정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1항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개정 권고에 따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보건소장은 의료 전문가인 의사가 맡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즉각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사협회 등 타 직역단체와 함께 의사면허를 가진 자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권 교체 과정에서 사실상 멈춰있던 행정부의 업무가 재개되면서 다시금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화'와 '협의'라는 명분 뒤에 숨어 몇년째 갈등을 덮어두고 회피하고 있지만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