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수수료·반품조건·물량 밀어내기 설문조사가맹 이어 대리점? 내년 초 갑질 종합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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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불공정거래 근절에 칼을 빼 든 경쟁 당국이 가맹분야에 이어 대리점 분야를 수술대에 올리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선다.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말미암은 제2의 남양유업 사태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전방위 실태조사를 벌여 자료를 축적한다.
공정위는 내년 초 대리점 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대리점업계에 거센 바람이 불 전망이다.
공정위는 10일부터 연말까지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본사-대리점 간 거래에 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본사 4800여개와 대리점 70만여개에 달한다. 조사는 설문방식으로 진행한다.
8~9월 본사를 대상으로 대리점 명단을 확보하고 매출액 등 재무지표, 대리점·대형할인점·온라인 등 유통경로별 거래 비중, 반품조건, 계약해지·판매장려금 정책, 대리점 규모별 계약 기간·위탁수수료 차이 등을 파악한다.
대리점에 대해선 서면계약서 수령 여부와 영업지역 설정 여부,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 경험 여부, 사업자단체 가입 여부, 주요 애로사항 등을 묻는다.
사업자단체를 대상으로는 단체의 역할, 본사와의 거래조건 협상 여부와 내용 등을 수집한다.
과거 일부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은 있으나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2013년 유제품·주류·라면·자동차업종 등 8개 업종에 걸쳐 23개 본사, 1150개 대리점을, 서울시는 2015년 자동차·음료·위생용품·아웃도어 등 9개 업종의 33개 본사, 1864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각각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 실태조사는 일부 업종에 제한돼 우리나라 대리점거래 전반의 현실을 보여주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는 본사-대리점 간 갑질 거래 근절을 위한 법 집행은 물론 정책 마련, 제도 개선 등에 활용할 기초자료 확보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가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각 대리점을 돌며 주문 수량을 증명할 컴퓨터 로그 기록을 뒤졌지만, 자료 확보에 실패했었다. 덕분에 당시 과징금 규모는 119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내년 초 대리점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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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를 뿌리 뽑겠다며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분야를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실태 파악을 거쳐 적극적인 직권조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지난달 18일에는 가맹분야 갑질을 뿌리 뽑겠다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필수물품 관련 상세 정보는 물론 이윤 규모도 공개하겠다고 밝혀 프랜차이즈업계가 술렁였다.
공정위는 조만간 유통분야에 대한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실태조사에 나서는 대리점분야 대책이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