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사업 연계 등 대학가 전형료 인하 고심, 사실상 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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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교육부가 대학 입시 전형료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대학가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데일리DB
내달 진행되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부터 대부분 대학의 입시 전형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전형료이 비싸다고 지적하자, 교육부는 대학들에 '자율 인하 유도'를 강조했다.
반면 대학들은 교육부 압박 수단에 전형료를 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읍소하고 있다. 당장 손실이 있어도 교육부가 정부 재정지원 사업 연계, 실태조사 등을 예고하고 있어 인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대학별 전형료 인하 계획이 제출된 가운데 앞서 교육당국이 예시로 제시한 인하 비율은 25%였다.
교육부는 예시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대학가에서는 25% 이상 줄이라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전형료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부담을 안긴다면 합리적 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전형료 문제는 대학들과 협의를 통해 학생,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서 제출 시 납부하는 전형료가 비싸다는 지적에 교육부는 즉각 움직였다. 자율적인 인하를 유도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상 압박 수단을 동원했다.
2017학년도 대입 평균 전형료는 사립대 5만3022원, 국공립대 3만3092원이다.
대학들은 수험생이 여러 곳에 전형료를 낸다면 당연히 비싸다고 느끼지만 학교 1곳을 기준으로 보면 인건비와 입시설명회 등 홍보비, 인쇄비 등을 지출하고 남은 금액은 돌려주면 이익을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교육부는 미인하 대학에 대해선 실태 점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정부 재정지원 사업 선정이 반영한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전형료 줄이기에 나섰다.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이 거둬들인 대입전형료 수입은 2015년 기준 약 1500억원. 이중 5만명 이상 지원서를 낸 상위 10개 학교의 수입은 약 400억원이다.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형 대학이나 인기가 많은 대학이나 수입이 많지 그렇지 않은 곳은 받은 만큼 사용한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고액이라고 하지만 지출 내역도 정해놓고는, 정작 비싸다고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실상 일방적인 대입전형료 인하를 추진하자 전년도 대비 사립대는 10~20%대, 국공립대는 5~10%%대 인하안을 결정하거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대학은 30%대 인하 또는 100% 감면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학들은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닌,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A대학 관계자는 "정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교육부 말을 들어야 한다. 전형료를 깎아야만 그나마 사업 신청에 있어 패널티를 받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사실 규모가 큰 대학이 국고 사업을 대거 유치한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예산을 줄이고, 줄이는 상황에서 사업 하나라도 놓치면 타격을 입은 학교는 직원 수당 등을 깎으면서까지 전형료 인하에 나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율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교육부가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여 국고사업 등을 빌미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는 지적이다.
전형료 인하와 관련해 대학들은 입시 관련 수당을 축소하거나 향후 지방 입학설명회를 취소를 고려하는 등 줄어든 예산에 대한 고민만 쌓이고 있다.
C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지방 고교를 찾아 입학 정보를 안내하는 설명회 등은 줄이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은 거 같다. 당장 전형료를 줄여도, 국고 사업을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토로했다.
올해 9월11~15일 진행되는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가의 어려움 호소에도 교육부는 이달 말께 대학별 전형료 인하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형료 미인하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는 사유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 연계에 대한 부분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없다. 수시 원서접수 전 수험생이 (전형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