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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학교와 주택가에 인접한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의 이전이나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교육환경보호구역내 화상경마·화상경륜·화상경정 등 도박시설 진입 금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화상경마장은 경마장이 아닌 곳에서 경주마에 돈을 걸고 베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전국에 31개가 있다.
5년째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과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에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오는 17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째가 되는데, 그동안 쌓여있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며 "반드시 함께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가 학교 앞, 주택가에 위치한 화상경마장 추방이다"고 강조했다.
16일 정부와 마사회, 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2014년 2월 1190억원을 들여 서울 용산에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 용산 화상경마장 운영에 들어갔다.
문제는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서쪽 방향으로 140m 떨어진 거리에 주상복합아파트와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고, 반경 500m 내에 성심여중·고 등 6개 교육시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당시 "학교보건법에서 정한 200m 밖에 위치하고 정부 승인과 건축허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적법하다"며 개장을 강행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주거와 교육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5년째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이전을 요구하며 천막에서 매일 밤 노숙 농성과 주말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현재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운동은 1560일째를 맞았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마사회가 농림부에 제출한 이전 승인요청서를 보면 가장 가까운 성심여중·고를 지도상에서 삭제한채 제출했다"며 "학교와의 거리도 실제보다 훨씬 더 멀게 표시했고, 민원발생 개연성이 전혀 없다며 거짓으로 보고까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9년 개장한 월평동 화상경마장도 같은 이유로 주민들의 저항과 반발에 휩싸여 있다. 월평동 화상경마장 반경 500m 안에는 월평초등학교 등 학교 3곳이 있다.
주민들은 "대형할인마트 뒷편에 학원 밀집가였던 곳이 화상경마도박장이 들어선 이후 유흥·퇴폐 업소가 들어서고 늘어나며 빠르게 슬럼화가 진행돼 지금은 아무도 걷고 싶지 않은 지역이 됐다"며 "이 때문에 지역주민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자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이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1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농성장을 찾아 "경마장이 이전 또는 폐쇄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용산 경마도박장 추방 운동에 힘을 보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농성장을 방문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신임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폐쇄와 문화적 용도로의 전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화상경마장과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폐쇄 요구가 잇따르자 마사회측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농림부의 결정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사회 관계자는 "화상경마장 이전·폐쇄 여부는 농림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농림부은 용산 화상경마장과 월평동 화상경마장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록 농림부 장관도 후보시절부터 "용산 화상경마장과 월평동 화상경마장을 교외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피력해 왔다.
농림부는 월평동 화상경마장에 대해 오는 2021년까지 도심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재 대체장외 모집 공고에 들어간 상태다. 용산 화상경마장도 조만간 이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관계자는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도 빠른 시일내에 결정날 것"이라며 "다만 정확한 시점은 아직 말하기에 이르다"고 밝혔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학교 앞, 주택가에 위치한 화상경마도박장을 하루빨리 폐쇄나 이전할 할 수 있도록 농림부와 마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