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로 인하 생색 교육부, 다음 타깃 입학금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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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입학전형료 인하에 생색내기에 바쁜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를 본격화할 경우, 대학별 재정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중순께 진행되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별 입학전형료 인하 규모가 확정되자, 대학가에서는 다음 조정 사항으로 '입학금 폐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에 '자발적 동참'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는 입장이었다.
갑작스러운 교육부의 대입전형료 인하 추진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추후 교육당국이 입학금 폐지에 대한 채비를 갖춰 압박에 나선다면 재정 악화 등은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달 11~15일 진행되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입전형료는 전년도와 비교해 평균 15.24% 인하, 이번 수시부터 낮아진 전형료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형료 인하를 지시하자 교육부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연계 등을 놓고 압박했다.
이에 전국 202개 4년제 대학 중 상지대 등 5개교만 전형료 인하를 거부했을 뿐, 대부분 대학은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등록금 동결·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 입장에서 전형료를 겨우 인하했지만,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입학금 폐지'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산정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대학 입학금을 두고, 교육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단계적 폐지안이 등장하자 서서히 채비 갖추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와 관련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실태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일반대학, 전문대 등이 매해 신입생 입학 시 거둬들이는 입학금 규모는 약 4천억원이다. 사립대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은 오히려 재정 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낮은 입학금을 징수하는 국공립대 41개교는 최근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내년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야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입학금을 폐지할 수 있지만 사립대는 다르다. 등록금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입학금 폐지가 추진된다면 준비 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형료 인하로 생색내기에 바빴던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로 또하나의 성과 만들기에 나선다면 여러 압박 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전형료 인하는 할 수 있어서 한 것이 아니라, 재정지원 사업 등을 보고 깎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는 자랑하기 바쁜데 대학의 고통은 인지하지 못하는 거 같다. 재정 보전이 없는 입학금 폐지는 대학을 흔들 것이다"고 토로했다.
B대학 측은 "수시모집을 앞두고 전형료 낮추기로 고민이 많았었다. 입시가 코앞이라 입학금 폐지에 대해서는 학내에서 논의가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추진 방향 등이 나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에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전형료만 깎아도 타격이 큰데 입학금 인하 또는 폐지는 영향이 커진다. 물가는 오르고 등록금은 동결돼 수입이 줄면서 그만큼 어려졌다. 교육부 압박 수단은 정부 사업 및 국가장학금 제한, 감사 등이 있다. 대학에서는 교육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대학가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TF 구성 등은 논의 단계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 TF 구성은 논의 중이며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 확정 돤계가 되면 이야기할 것이다. 입학금은 대학 자율이기에, 고등교육법에서는 학교가 정하도록 되어 있다. TF가 구성되면 역할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