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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식품이 지난 1987년 출시한 '고향만두'가 올해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급변하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해태고향만두'는 20년 넘게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치열해진 냉동만두 전쟁을 치르며 그 어느때보다 초라한 생일을 맞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고향만두는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에 국내 냉동만두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긴지 3년여 만에 이제는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링크아즈텍 자료에 따르면 해태는 CJ제일제당과의 점유율 격차를 매년 넓혀오다 올 상반기 CJ제일제당이 42%, 해태는 16.9%를 기록해 25% 이상의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3위 사업자인 동원F&B와 해태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단 3.8%로 좁혀지며 2위 자리마저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교자만두에서도 해태의 위상은 매년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지난 2012년 53.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해태는 2015년 CJ제일제당에 1위 자리를 빼앗긴 후 매년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다 올 상반기에는 2012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교자만두 시장 3위인 동원F&B와의 점유율 격차는 15.9%로 아직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5년 간 점유율 변화 추이를 보면 해태는 축소세, 동원F&B는 상승세가 뚜렷해 안심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가 고향만두라는 장수 브랜드를 등에 업고 오랜 시간 1위 자리에 안주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한 것 같다"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인기 브랜드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도태당할 수 밖에 없다는 사례를 극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해태는 만두 시장 점유율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자 뒤늦게 신제품을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다.
해태는 지난 2015년 10월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퍼푸드인 '퀴노아'로 만든 프리미엄 냉동 만두 '순% 퀴노아 군만두'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이 제품은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후 2016년엔 '왕교자 골드'와 '중화군만두', '불고기군만두', '고향만두 새우포자', '콘치즈톡톡', 올 초엔 '고향만두 교자', '날개 달린 교자', '토마토치즈톡톡' 등 신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빼앗긴 점유율 찾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한 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제품 출시 후에도 해태의 만두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쪼그라들었다.
해태는 이달 중 불고기와 낙지를 만두소로 만든 불낙교자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의 기대는 싸늘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태가 빼앗긴 만두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저가 만두라는 이미지가 강한 고향만두 브랜드로 승부를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두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해태는 장수 인기 브랜드인 고향만두의 끈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였던 백설군만두 대신 완전히 새로운 비비고 왕교자를 선보이며 과감한 도전을 한 덕에 프리미엄급 교자 만두라는 새로운 시장을 일구고 선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해태가 변화없이 과거의 영광에만 기대려고 한다면 고향만두의 40주년, 50주년 생일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