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자회사 2년내 처분해야관련법 통과·다른 계열사 인수·제3자 매각 등 예상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데일리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SK그룹이 SK증권을 매각했던 사례와 같은 금산분리 이유 때문이지만, 비중과 역할이 달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1일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롯데쇼핑 등 지주사가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는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어 2년 이내에 보유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롯데제과를 비롯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을 가결함에 따라 오는 10월 1일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 롯데지주가 출범한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또 롯데쇼핑은 롯데캐피탈 지분도 22.36%를 보유한 2대주주다. 롯데푸드는 롯데캐피탈 지분 1.76%를, 롯데칠성음료도 롯데캐피탈 지분 1.52%를 갖고 있다.


    즉,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롯데쇼핑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는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중간 금융지주사법 통과를 2년 동안 기다려보는 것이 첫 번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 금융지주사법이 통과되면 지주사가 중간금융지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관련 법은 6년째 표류 중이어서 통과 여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이 낮다.


    또 다른 방법은 지주사 이외 다른 계열사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일 롯데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롯데는 이미 롯데손해보험 지분 23.6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캐피탈 지분도 26.60%를 갖고 있어 손쉽게 롯데캐피탈을 장악할 수 있다. 롯데쇼핑이 갖고 있는 22.36%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캐피탈 지분 48.96%를 보유한 압도적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물론 최대 관건은 롯데카드이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 분야에서 계열사 시너지가 가장 극대화되는 곳이다. 롯데카드를 통한 마케팅과 고객 확보 및 관리는 놓칠 수 없는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롯데그룹은 최소한 롯데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롯데멤버스도 포인트가 연계돼 있어 롯데카드와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 확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영업수익(매출) 9806억원, 영업이익 826억원, 당기순이익 61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5위권으로 장부가액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SK그룹이 SK증권을 제한된 공개입찰을 통해 케이프투자증권에 매각한 것과 같은 수순이다. 매각을 통한 자금확보로 중국 사드 보복으로 발생한 손실을 충당하고,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드업계는 물론 보험업계에서도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올 경우를 대비해 벌써부터 탐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경우 롯데는 높은 금액에 처분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2년 안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법 개정 등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무작정 기다릴 수 만은 없기 때문에 차근차근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쇼핑 등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의 경우 백화점이나 마트 등과 연계한 시너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외부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함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주사 전환 이후 금융계열사 지분을 어떻게 매듭 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