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제넥신 잇따른 제약사 '러브콜'…보령·부광 등 중견기업도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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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제약사들이 벤처기업 등 외부투자를 통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신약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다양한 통로를 통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 유한양행 최근 10년간 투자금액 가장 높아… 파이프라인 보완 전략
13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1월 말 기준 상위 10대 제약사의 외부 투자금액은 총 21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외부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2016년까지 1469억원을 바이오벤처 등 13개 기업에 투자해오고 있다.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투자는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뒤쳐진 파이프라인 확보를 외부투자로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만 5개 기업에 352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4월 파멥신(30억원)을 시작으로 소렌토(119억원), 네오이뮨테크(35억원), 제노스코(50억원), 이뮨온시아(118억원) 등이다. 이들 대부분이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유한양행은 소렌토와 연구개발(R&D) 합작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하고 암환자의 면역력을 되살려 암을 치료하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3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바이오기업 제넥신에 2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제넥신이 보유한 지속형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인 '하이에프씨(hyFc)'와 유한양행에서 개발중인 혁신 신약을 융합해 다양한 신약개발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개발중인 다양한 혁신 바이오신약 파이프 라인에 제넥신의 hyFc 기술이 접목될 경우 더 큰 가치창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녹십자·한독 등 바이오기업 제넥신 '러브콜'… 대웅·일동도 투자 확대
특히 제넥신은 유한양행을 비롯해 녹십자, 한독 등도 투자에 나설만큼 신약개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넥신이 국내 주요제약사들로 부터 러브콜을 받는데는 플랫폼 기술인 hyFc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는 2006년부터 제넥신과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2'의 공동 개발을 이어와 현재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GX-E2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뒤 나타나는 빈혈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플랫폼 기술인 hyFc를 적용해 기존 치료제 투여 횟수를 절반가량 줄여 한 달에 1~2회 정도만 맞으면 되는 특징을 갖는다.
한독은 현재 제넥신의 지분 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독과 제넥신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받았다.
GX-H9은 제넥신의 hyF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혁신 신약이다. 기존 매일 투여해야 하는 성장호르몬 제품과 달리 주 1회 또는 월 2회 투여가 가능하도록 개발중이다.
제넥신은 오는 14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0회 국제소아내분비학회에서 지속형 성장호르몬 소아 임상 2차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5년 R&D부문 강화를 목적으로 1046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30%를 사들였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항체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항체인 'HL161'은 자기 신체를 공격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성 자가항체'를 분해시켜 제거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체신약이다. 현재 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안구건조증치료제 'HL036'는 점안액과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분자 개량된 항TNF(종양괴사인자) 단백질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TNF를 억제하는 작용을 160배 이상 강화시킨 개량 단백질(HL036)을 개발했다. 이를 안구건조증 치료 용도의 점안액으로 개발해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두 약물과 관련해 지난 12일 중국 항체 개발 전문기업 하버바이오메드와 8100만달러(약 91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미국 바이오벤처 앤트리아바이오에 300만달러(34억원)을 투자했다. 앤트리아바이오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주1회 제형을 개발, 미FDA에 임상1상을 신청했다.
◆ 중견제약사도 투자 적극적… 보령·부광 등 국내외 투자
이같은 흐름은 중견제약사들의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바이오 계열사인 바이젠셀로부터 취득했던 15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이젠셀은 가톨릭대가 우수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 가톨릭대학교기술지주를 통해 2013년 세운 회사다. 종양 및 바이러스 항원을 활용한 세포치료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부광약품이 약 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희귀의약품 개발사 에이서 테라퓨틱스(이하 에이서)은 기존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한다.
에이서는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 오펙사 테라퓨틱스와 합병하기로 하고 올해 3분기까지 관련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에이서는 이번 합병으로 오펙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흡수하게 돼 연구개발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에이서는 단풍시럽뇨병, 요소회로질환 치료제와 같은 희귀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웃소싱이 일반화되면서 자사가 집중할 부분 외에는 믿고 맡길 만한, 역량있는 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약개발에만 집중하는 벤처기업들의 등장이 일반적인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