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백 7개월…'투자 지연-이미지 추락'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지 7개월 째에 접어들면서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옥중경영'을 통해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결정한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투자나 브랜드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걱정에 위기감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가 연달아 현재 상황에 대해 '사상 초유위 위기'라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가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 글로벌 CSR 순위'에서 89위에 랭크됐다. 해당 조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지수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기업을 인식하는 이미지를 대표한다.

지난해 20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1년 만에 무려 69계단이 추락하며 100위권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수 년간 30위권 내에 머물며 국내 기업을 대표해 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삼성의 이미지 하락에는 갤럭시노트7 사태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총수의 구속이 외신을 통해 집중 보도되면서 브랜드 가치 하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삼성은 갤노트7 문제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명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 추락이 현실화 되면서 글로벌 신용등급 하락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은 'A+, 안정'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수 부재 장기화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주요 투자 계획이 지연될 경우 사업리스크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 사업 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총수가 없는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사업상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면서 "결국엔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7개월 간 다양한 투자와 경영활동을 별 무리 없이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생활가전 생산거점 구축을 위한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고, 3억 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해 전장사업을 강화했다. 

또 7월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반도체 생산 라인에 2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삼성SDI의 대표이사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임명했고,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공채도 순조롭게 진행 중에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변화를 위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총수 부재로 인해 재벌개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분석에 대해 삼성의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평가라는 반응이다. 재벌해체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동시에 진행된 일본 등과 비교하는 건 국내 경영환경을 모르고 하는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경영인과 총수가 해야할 역할이 명확히 구별돼 있어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과감한 투자 및 공격적인 결정은 총수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때문에 총수의 장기적인 부재는 결국 비상경영체제의 장기화와 다름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마지막 상고심에서 1심 선고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옥중경영'도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구속 이후 현재까지는 반도체 호황 및 시장환경의 우호적 상황으로 별탈 없이 지냈지만, 시장상황이 급변할 경우 총수 부재는 더 큰 악재로 나타날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 부회장의 법정 공방이 길어져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