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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수도권으로 향하면서 재정이 어려워진 지방병원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이로 인해 병원이 노후화된다. 이는 또다시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벌려 결국 수도권 쏠림현상을 심화한다."
의료이용의 지역 간 격차가 결국 또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로 이어진다는 막연했던 의료체계의 악순환 고리가 수치로 확인됐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도권 원정 진료 지역별 진료자 수·진료비' 통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질 평가 결과', '노후·중고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을 통해 이같이 나타났다.
원정진료 통계에 따르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말 진료실 인원 기준 320만명이 자기 거주지역이 아닌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도권 병·의원으로 원정 진료를 왔다. 지난 2008년 225만명에서 95만명 늘어난 것으로, 원정 진료에 지급된 건강보험료는 2조8176억원에 달했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부산·대구 등 5개 광역자치단체보다 도 단위에 원정진료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이 53만7000명, 강원 40만5000명, 경북 31만5000명, 충북 30만9000명, 전남이 28만2000명 순이었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된 진료비 총액은 충남지역 환자 4628억원, 강원 3264억원, 경북 3246억원, 충북 2802억원, 전남 2799억원 순이었다. -
원정 진료는 경증진료 중심의 1차의료기관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원정 진료자의 48%인 155만명이 수도권 1차의료기관을 택했다.
전체 원정 진료비의 61.3%에 달하는 1조7300억원이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렸다. 수도권 소재 3차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에 나선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72만명 급여비 1조1116억원에서 지난해 81만9000명, 1조73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진료비 유출은 수도권으로 두드러진만큼 의료서비스의 질의 단순 바로미터인 의료장비는 지방권이 눈에 띄게 노후했다.
'노후·중고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보다 강원·충북·경북 등 지방 지역에서 노후 의료장비와 중고 의료장비 활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한 지 15년이 지난 노후 의료장비 사용은 강원·대구·충북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강원 지역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일방장비는 지역 전체 일반 장비의 41.9%인 9360대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34.0%보다도 7.9%p, 최저인 광주의 25.4%보다 16.5%p 높았다. -
진단방사선발생장치의 노후화는 대구가 대구가 가장 심각했다. 대구 지역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진방장비는 지역 전체 진방장비의 21.0%(최저 지역 10.9%)인 858대이다. 특수장비 노후화가 가장 심한 곳은 충북이었다. 충북의 2002년 이전 제조 노후 특수장비는 38대로 지역 전체의 18.8%로 나타났다. 서울의 8.5%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노후 특수장비 비율을 보였다.
중고 의료장비 보유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은 중고 장비 비율이 전반적으로 전국평균보다 낮아 신규장비의 활용이 가장 높은 반면, 일반장비의 중고 비율은 전남이 27.0%, 진방장비는 경북이 30.6%, 특수장비는 경남이 42.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의 질 격차는 실제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해 시행된 전국 327곳의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질 평가에서 지난 3년간 수도권 병원의 의료질 등급은 변화가 없거나 상승된 반면 강원, 대전 충청권, 대구 경북권 등 도 단위 비수도권 지역 병원의 의료질 평가는 최하 등급과 등급제외 등급의 병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의료질 등급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등급인 1-가 등급을 받은 7개 병원 모두가 서울과 인천·경기를 소재한 병원이었고 1-나 등급까지 포함한 1등급 33곳 중 63.6%인 21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이에 비해 아예 등급제외 판정을 받았거나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은 병원은 전체 163곳이었다. 지역별로 서울, 인천‧경기 지역 소재 병원은 각각 18곳, 20곳으로 해당 지역 평가 병원 대비 32%와 41%를 차지했으나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은 50%를 넘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지역은 강원 지역으로 전체 15곳 중 11곳으로 73.3%였고, 광주‧전북‧전남 지역 병원은 54곳 중 39곳으로 72.2%였다.
이와 관련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거주지역 1차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경증 진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등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역 간 의료 환경 격차가 심화되면서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몰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강화를 위해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현대화 투자와 의료자원의 지역별 형평 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