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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효성 등 국내 주요 재벌그룹 오너 일가가 금융기관에 대출 담보로 제공한 계열사 주식 가치가 1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0대 그룹 가운데 상장 계열사를 보유한 89개 그룹 오너 일가 704명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47개 그룹 164명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들 오너일가가 금융기관에 제공한 담보 가치는 총 12조6379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유주식 가치(117조5968억원)의 10.7%에 해당하며 1년 전에 비해 2.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자녀 세대의 주식담보 비율이 15.2%에 달해 부모 세대(8.7%)의 2배 수준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자녀 세대가 3.5%포인트나 높아져 부모 세대(1.7%포인트)를 훨씬 웃돌았다.
CEO 스코어 관계자는 "핵심계열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매입 목적으로 담보를 제공하지만 3~4세 자녀 세대는 증여받은 지분에 대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잡히기도 한다"면서 "또 일부 오너는 개인 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별로는 두산이 오너 일가 주식담보 비율 93.7%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뒤이어 금호석유화학 85.6%, 효성 74.6%, 동부 73.7%, 현대 70.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신세계, 대림, 금호아시아나, 현대백화점 등 42개 그룹은 오너 일가가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단 1주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8%)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1.1%) 2명만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담보로 잡힌 주식이 전혀 없어 전체적으로 주식 담보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개인별로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배우자인 신연균 씨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자녀 허서연·서희씨, 정몽진 KCC 회장 장녀 정재림씨 등 6명의 보유주식 담보 비율이 10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