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 중국 사업 부진 씻고 경영권 강화 나서신동빈 회장, 인도네시아 사업장 둘러보며 사업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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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글로벌 사업을 재편한다. 해외사업 중심축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조정되고 있는 것.
한중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중국 사업이 정상 궤도로 복귀 중이지만, 변수가 많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신시장 확대에 힘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신동빈 회장은 동남아 시장을 중국 부진을 씻고 경영권을 강화할 기회로 보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 출장에는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등이 동행했다.
롯데 관계자는 "향후 신흥국시장(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와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번 출장에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들을 둘러보고 화학, 부동산 등 새로운 분야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롯데마트 45개 점포와 백화점 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 30개점, 엔제리너스 3개점, 롯데면세점 2곳도 영업 중이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인도네시아의 재계 2위 기업인 살림그룹과 손잡고 '인도롯데'를 설립해 현지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출장에 앤써니 살림 살림그룹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오는 12월 람펑지역에서 46번째 점포를 새로 열고 앞으로 점진적으로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 9곳, 2019년 12곳, 2020년 15곳 점포가 문을 연다.
그만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를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타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보복 이전부터 신 회장에 있어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됐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이 무리하게 중국사업을 확장하면서 롯데쇼핑에 수조 원대의 손실을 안겼다며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아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중국사업에서 누적손실이 밝혀진 것만 2조6000억원에 달하고 현지 부동산 복합개발 실패에 따른 잠재손실 실현이 예상된다며 손실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 부진에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신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 신 회장이 동남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중국 사업 부진이라는 꼬리표도 떼고 그룹 지배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롯데는 동남아 시장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3분기 중국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3% 하락한 반면 동남아에서는 상승세다. 베트남 매출은 전년 대비 4.1%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0.3% 매출이 줄었지만 적자 폭이 개선되는 추세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도 중국에서는 작년보다 22.4% 줄었지만 베트남(15.6%)과 인도네시아(3%)에서는 오르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