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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겨울이 왔네요. 올해는 지난해 같은 AI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20여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송모(67) 씨의 말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작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도 양계농가를 휩쓸고 지나간 지 1년이 되면서 지자체 방역 당국은 물론 양계농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비록 고병원성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지만 지난달 31일 수원시 신대저수지와 용인시 청미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뒤 이같은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송 씨는 "요즘 양계농가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 농장도 거의 매일 소독하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나 지자체에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AI 발생을 막기 위해 지난해보다 더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사실상 매일 전화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택에서 육계 4만여 마리를 사육 중인 정모(70) 씨는 "공무원들이 수시로 전화를 하고 있다"며 "AI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고, 소독도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방역 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AI 위기경보 4단계 중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에 준하는 차단방역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5월까지를 'AI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사전 예방 강화, 위험지역 상시검사, 이동 가금류 관리 강화 등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17개 시·군 109개 읍·면·동을 중점 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고, 최근 3년간 2회 이상 AI가 발생한 안성과 여주, 강원도와 인접한 포천 등 모두 13개 지역에 거점소독시설을 운영 중이다.
100마리 미만 가금류 사육농가와 방역에 취약한 농가에 대해서는 겨울철 사육 자제와 입식 금지를 유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축분뇨 처리업체, 계란 수집판매업체, 도축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은 소독설비를 수시로 점검하고 하루 1대의 차량만 1개 농가를 방문하도록 했다.
철새도래지 주변을 중심으로 한 소독도 강화했다.
도 동물방역위생과 관계자는 "2014년부터 매년 겨울 AI가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도 발생 가능성이 적지 않아 차단방역을 강화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도내에서는 1년여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양주시 한 산란계 농가에서 닭 240마리가 폐사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처음 방역 당국에 접수됐다.
이 농장은 이틀 뒤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후 도내에서만 올 3월까지 4개월간 14개 시·군 124 농가에서 AI가 발생, 207개 농가의 가금류 1589만여 마리(닭 1407만여 마리, 오리 17만여 마리, 메추리 165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도내 전체 닭의 28.7%, 산란계의 53.1%가 살처분되면서 사실상 양계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았다.
이후 1년이 지난 최근 통계청 조사 자료를 보면 도내 닭 사육 마릿수는 372만여 마리(3000마리 이하 사육농가 제외)로, AI 발생 직전 3287만여 마리의 93.5%까지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