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타이틀 경쟁, 법정 싸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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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업계가 경쟁 관계인 야놀자와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의 상호 비방과 폭로로 연일 시끄럽다. 최근엔 경쟁사 데이터베이스(DB)에 무단 접속해 데이터를 추출(크롤링)하는 가하면, 경쟁사 뉴스에 비방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까지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야놀자와 여기어때 모두 '갈때까지 가보자'는 식이어서 양사간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와 위드이노베이션간 악연은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 '업계 1위' 경쟁을 펼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4년 4월 숙박 O2O 앱 여기어때를 내놓은 위드이노베이션은 그로부터 1년여 뒤인 지난 2015년말 "지난 10년간 관련 분야 선두를 지켜오던 야놀자를 앞지르고 출시 1년만에 업계 정상에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제휴점·이용후기·월간 순이용자 수(MAU) 등에서 야놀자를 앞섰다는 것이다.

     

    그러자 야놀자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매출이나 누적 다운로드 수 등을 근거로 '업계 1위'를 주장해야 한다"며 여기어때의 주장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이렇게 촉발된 '업계 1위' 경쟁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사 모두 '국내 1위 숙박 O2O 기업', '국내 1위 종합 숙박 O2O' 등의 문구를 홍보 자료에 담으며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앙숙 관계는 비슷한 시기에 터져나온 '성매매 장소 제공 묵인'과 '개인정보 해킹' 사건을 계기로 더욱 깊어졌다. 서로가 "비도덕적 기업"이라며 '라이벌 회사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다.

     

    야놀자는 지난 3월 중순 '프랜차이즈 가맹 숙박업체가 인근 유흥업소와 연계해 성매매 장소로 이용됐고, 본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 여기어때는 3월말 '340여만건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댓글부대를 이용해 무더기로 악성댓글을 다는 가 하면 투자유치를 방해하고 DB 크롤링 등의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여기어때는 자사 관련 뉴스마다 동일한 아이디로 악의적인 내용의 댓글을 다는 일부 사용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 3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를 맡은 영등포경찰서는 이후 인지수사를 통해 악성댓글의 진원지가 야놀자라고 판단했다.

     

    앞서 여기어때는 지난해 투자유치 과정에서 자사를 음해하는 내용이 담긴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가 유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야놀자는 지난 5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주요 임원들이 수사 대상에 올라 일부는 퇴직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엔 여기어때가 야놀자 DB에 무단으로 접근해 숙박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야놀자 숙박 DB에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서버 크롤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단 것을 인지해 이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롤링한 업체로 여기어때를 지목했다.

     

    현재 이 사건들은 경찰 수사를 받거나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결국 '업계 1위'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시작된 라이벌간 감정싸움은 법정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O2O 업계에선 두 라이벌간 싸움이 자칫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O2O 업계 자체를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O2O 업계 한 관계자는 "비방·폭로전이 심해질수록 상처받는 건 숙박업체와 소비자"라며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시장의 파이를 스스로 줄이는 행동은 훗날 자신은 물론 업계 전체를 옥죄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