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식품부 장관 "7월 전수조사 이상 무"… 학계 "공동조사 제안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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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악의 피해를 낸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한여름에 진행해 이상이 없었다는 전수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계절적 요인으로 면역력이 높아 바이러스 배출이 적은 데다 표본마저 적어 수박 겉핥기식 조사에 그쳤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성 확진 판정이 난 전북 고창군 육용오리 농가와 관련해 방역 상황 등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연례행사가 된 AI의 토착화 우려와 관련해 "지난 7월 오리에 대해 AI 보균 여부를 전체적으로 전수 검사했다"며 "조사 결과 한 마리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설명대로 텃새 등 여러 가능성이 있어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AI 토착화와 관련해 관심을 두고 있다"며 "(철새 외) 텃새 등을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국내 남아 있던 바이러스에 의해 재발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조사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견해다. 7월은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로, 여름에는 동물의 면역력이 높아 바이러스 활동이 미약하다. AI가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러스의 생산·배출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분변 검사 등으로 양성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검사 방식도 문제다. 농식품부는 오리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지만, 농가별로 표본을 채취해 조사하는 방식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가축위생연구소 관계자는 "보통 축사 동별로 20마리를 표본으로 삼는다"고 했다. 축사 사육 규모가 클수록 표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표본검사도 현장에서 간이검사를 진행한 뒤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 PCR(특정 DNA를 증폭시켜 비교 대상과 동일 여부를 따지는 방식)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보균상태에서 반응이 미약해 간이검사로 걸러내지 못하면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PCR 검사도 문제다. 종란접종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검역본부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PCR로 검출방식을 바꿨지만, 이 방식은 검출률이 낮다는 게 AI 전문가 설명이다. 똥 속에 바이러스가 1000개는 있어야 검출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고창 육용오리 농가에서도 검역본부는 운 좋게 두 번째 검사에서 AI 바이러스를 잡아냈다.
검역본부 설명으로는 지난 16일 오전 첫 번째 출하 전 임상검사에서는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혈액채취 검사에서도 모두 음성이 나왔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다만 한 마리가 PCR 검사에서 약한 반응이 나와 다음 날 오후 12마리를 재검사했다"며 "재검에서도 일부 녹색 변이 나온 정도였으나 5마리를 정밀검사한 결과 5마리 모두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검역본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역본부는 지난해 AI·구제역 바이러스 시료 독점과 관련해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부터 질타를 받았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A교수는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은 한 기관이 독점하면 실수할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조작도 가능해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로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이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일손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를 꺼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8월 말께 학계와 공동으로 (농가 등을 대상으로) AI 바이러스를 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이후 흐지부지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