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달째를 맞은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수출입은행이 채권단으로 있는 중소조선사가 생사기로에 있는데 정작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은 행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성동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가 나오면 정리 여부를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혈세 지원만 12조 → 부실기업 떠안기 '악순환'
지금껏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에 쏟은 자금은 3조원에 이른다.
2010년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시작으로 연이은 수혈을 지원했으나 경영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자 수출입은행만 '나홀로' 지원을 이어갔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주식 81.25%를 보유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무리한 혈세 지원은 부실기업 떠안기로 이어진 셈이다.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67.25%) 역시 최대주주로 있다. 대선조선은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수출입은행은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통해 두 조선사를 살리려고 했지만 올해 6월 기준 여전히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 모두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에 대출과 보증을 통해 무려 12조원을 지원했다.
2009년 돈 없는 조선사에 1조6천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해 부산에서 10개 중대형조선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4조원의 자금을 내 준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국감때 제출된 수출입은행의 조선업 여신규모는 보증 포함 20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은성수 행장, 구조조정 첫발 띄워야
문제는 수은이 막대한 규모의 혈세를 쏟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는 데 있다. 조선업의 불황만 탓하기엔 경영 관리 부실 책임도 만만치않게 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지난 국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금융회사인데 은행에 조선 구조조정을 할 만한 전문가가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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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9월 취임식에서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살릴 기업은 살리고 어려운 기업은 처리하는 상식의 선"을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 수출입은행
채권단 등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회계법인 중간 실사 결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논리로 봤을 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이참에 정리하는 편이 더 낫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대 국정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꼽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연 '청산'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은 행장도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취임식에서 "조선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해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살릴 기업은 살리고 어려운 기업은 처리하는 상식의 선"을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수출입은행 측은 "실사결과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검토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