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물량 폭탄에 겨울철 비수기 겹쳐경기·인천 수도권까지 침체…부산·인천도 ↓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2009년 이후 약 8년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3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월요일인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2월 9일 0.03% 하락한 이후 약 8년 9개월 만에 최초로 발생한 일이다.

    2012∼2013년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전셋값은 이와 무관하게 상승했다. 당시 주택가격 폭락론이 대세가 되면서 아파트를 소유하기보다는 전세로 사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전셋값의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전주 대비 0.06%의 상승세를 보였던 전셋값은 올해 들어서 단 한 차례도 0.02% 이상 오르지 않았다. 최근 5주간은 전주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다.

    지방에선 하락세가 더 두드러졌다.

    경기도 지역 전셋값은 전주보다 0.02% 하락해 5주 연속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내에서도 광명 -0.08%, 화성 -0.10%, 광주 -0.14% 등 하락 폭이 큰 지역이 등장했다. 부산과 인천도 각각 8주, 2주 연속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8년여 만에 하락한 것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진 것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경기 용인시 역북지구에 2519가구, 12월에는 평택시 동삭2지구 184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 1월이면 경기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에 2801가구가 입주한다.

    인천의 경우 송도 지역 공급량이 3750가구에 달하며 다음 달 인천 서창2 택지지구에도 1908가구가 입주한다.

    동탄2신도시 아파트 준공 영향으로 내년 화성시에 입주하는 물량은 총 3만3609가구에 이른다.

    전셋값 하락 여파는 특히 '갭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이른바 '갭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높은 전셋값에 기대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적은 자본으로 주택을 매매해왔다.

    앞으로도 전셋값이 계속 내려갈 경우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겨울철 이사 비수기까지 겹쳐 전세 계약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세거래지수는 11.9로, 2008년 12월 29일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낮다. 전세거래지수는 0∼200 범위로,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