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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됐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지속된 규제책과 대규모 입주물량 등이 예정된 부동산시장의 경우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침체를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문제는 건설업계다. 부동산 침체로 몇 년간 '버팀목' 역할을 한 국내 주택부문의 축소가 불 보듯 뻔한데,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졌다. 예상은 됐지만 타개책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6월 당시 3%였던 금리를 3.25%로 올린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상은 큰 폭이 아닌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낸 뒤 내린 조치라 시장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향후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와 연동되고, 이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는 물론, 고정금리까지 일제히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 집값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 '2017년 주택시장 영향 요인 분석과 전망'을 보면 기준금리가 0.5~1.0%p 인상될 경우 주택 매매가격은 0.3~0.6%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저금리 시대 장기화로 대출을 끼고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금리인상과 내년 추가 인상 예고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심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이미 시중금리는 적잖게 오른 분위기라서 이자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상환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인 신DTI가 도입되면 8·2대책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신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등 대출규제까지 겹치면 대출금액은 줄어들고, 상환부담은 늘어나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준공 물량 증가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대출비용이 늘어나면 주택 거래와 분양 물량이 줄어 건설업계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건설업계는 미입주 리스크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인포 집계 결과 내년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39만7994가구보다 8.67% 증가한 43만2502가구로 추산됐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6만1525가구로 가장 많고, 경남 3만6463가구, 서울 3만4925가구가 뒤를 이었다. 경기 화성시·김포시·시흥시, 세종시, 경남 창원시 등 5개 지역은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만가구 이상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반해 국토교통부 자료 분석 결과 전국 미분양 물량은 △8월 5만3130가구 △9월 5만4420가구 △10월 5만5707가구 등 최근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올해 1월(4932가구) 이후 10월(7251가구)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늘어났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잔금이 부족하거나 기존 주택가격이 하락 또는 매매가 안 될 경우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잔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자금난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미입주를 줄이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제는 건설업계가 직면한 위기가 이뿐 아니라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만기도래하는 건설 회사채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3조원에 육박한다. 자금조달이 비교적 쉬운 신용등급 'AA' 이상 건설사를 제외한 'A' 이하 건설사들의 만기 규모도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일단 금리인상으로 발행금리가 올라가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상승세를 보였다. 3분기 기준 2.4% 수준이던 회사채(AA-) 금리는 지난달 말 2.6% 수준으로 뛰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올라가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비용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결국 차환을 발행하면 높아진 이자로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차환 발행 자체도 부정적 전망이 지속되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건설사들은 회사채시장의 지속적 외면으로 만기도래한 약 2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절반가량만 차환했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상환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새 정부 들어 규제 강도가 세지고 있는데다 최근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해외에서 또 다시 손실이 발생하면서 해외손실이 끝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더 많은 금리를 주고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미매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환 발행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내부유보금 등 현금으로 상환하는 방법이 있지만,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이 최근 좋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1조원 이상 주요 27개사의 유동비율은 120%로, 지난해 3분기 128%에 비해 8.07% 하락했다. 특히 △포스코건설(115%) -50.0% △GS건설(112%) -31.99% △대림산업(128%) 31.94%p △대우건설(100%) -24.8%p △한화건설(85.4%) -11.0%p 등 상위 11개사의 유동비율이 135%에서 123%로 12.7%p 떨어졌다.
때문에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 대신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시장으로 자금 확보 수단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회사채 만기 외에도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자금조달을 늘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금융권 대출 여건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회사채 시장이 내년에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은 가운데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건설사들의 최종 도피처는 은행과 PF유동화가 될 것"이라며 "금융권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달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회사채 금리에서 기준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된 성격이 강한 만큼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들의 경우 주택시장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과거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