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 19조원… 2010년 이후 처음 2조원대 하회"SOC투자 축소는 서민경제에 타격… 일감 부족 우려"법인세 인상에 "부동산 옥죄더니 세금까지 더 물려"
  •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우려했던 SOC예산 감축 우려를 덜어낸 건설업계가 법인세 인상에서는 자유롭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해외발주시장 부진에 세 부담까지 더해져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는 내년 SOC예산을 정부 보다 1조3000억원 증가한 19조원에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정부는 SOC예산을 올해 본예산인 22조1000억원 보다 4조4000억원 삭감한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는 삭감액 중 1조3000억원을 부활시켜 19조원으로 내년 SOC예산을 확정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SOC예산이 1조원 이상 증액된 것은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SOC예산을 3조6000억원가량 늘린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심의과정에서 증액된 SOC예산은 평균 4000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OC예산이 당초 기대보다 늘어난 것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도가 높다는 명분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국회의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SOC예산 증액을 적극 요청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부는 내년 SOC예산을 감축시키면서 건설업계 불만을 샀다. 11조5000억원의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SOC예산이 가장 많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SOC예산 증액을 정부 및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단체들은 SOC예산 축소가 서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활성화 저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마저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건의해왔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건설사의 경우 한 해 살림과 직결되는 만큼 도산 우려도 표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SOC투자가 1조원 줄어들 경우 일자리가 1만4000여개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06%p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건설업계 수장들도 내년 건설업계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SOC예산을 늘려달라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SOC예산이 원안보다 증액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당초 업계가 요구했던 20조원의 예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최근 5년 평균의 3배가 넘는 예산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며 "업계 일감 부족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업계가 무조건 국가 예산을 늘려서 다리 놓고, 고속도로 뚫자고 떼쓰는 게 아니었다"며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지진에 대비하는 것도 SOC예산에 속한다. 이번 SOC예산 증액은 국민 복지로 이어지는 SOC투자"라고 말했다.

    SOC예산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최대한 증액되긴 했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감소액이 3조3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SOC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간 SOC예산이 20조원대 밑으로 하락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단순 예산 삭감을 떠나 SOC사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 등 선진국도 SOC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예산을 늘리고 있는데, 정부는 매년 인프라 강화를 외치면서 행동은 거꾸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건설업 종사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SOC투자 축소는 지역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올해는 19조원의 예산을 사수했지만, 그마저도 크게 줄어든 수준이고, 앞으로도 정부가 SOC예산을 추가 감축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법인세 인상도 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구간을 신설, 현행 최고세율인 22%에서 25%까지 올리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신설 구간의 상향 조정으로 일부 기업의 경우 법인세 인상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초대형 기업들은 결국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각종 규제책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 해외 발주시장 난항 등 업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이어 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만큼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도 막힐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을 옥죄는 규제에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올라가고, 세금마저 더 물리니 경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하 흐름과는 정반대 길로 가고 있어 국내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황 부진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 최저임금 올려 인건비는 비싸지고, 규제는 세지고, 세금까지 더 물리니 기업하기 더 어려워진다"며 "세 부담이 늘면 투자가 줄어들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달 말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투자 둔화를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