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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금융권은 새로운 기회와 그에 따른 규제가 반복됐던 한해였다.
4차산업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고, 증시는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의식을 불태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었고, 초대형IB가 탄생했다.
그러나 신 영역 개척을 위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300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1년만에 100조원이 증가한 1400조원으로 늘었고, 기준금리는 6년 반 만에 인상됐다. 증시는 여전히 거품논란이 일고 있고,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수년째 현재 진행 형이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혹시 모를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며 속도조절을 실시했고, 금융권과의 긴장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는 올해 금융권의 이슈들을 되짚어보며 앞으로를 전망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편집자주>
◆ 금융권에 불어닥친 4차산업혁명 바람
금융권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상상할 수 없던 개방적이면서도 유연한 시대의 흐름을 전 금융사들이 선제적 도입을 서두르는 한편 새로운 환경에 따른 안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금융과 IT기술융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가 떠오르면서 미래 핵심사업으로 블록체인·빅데이터·바이오 등 4차산업의 키워드는 이미 금융권에 도입되고 있다.
중앙서버에 데이터를 모아 거래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모든 사용자가 데이터를 보관하고 업데이트해 위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방식은 최근 가상화폐 신드롬을 기점으로 기술개발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보의 홍수 속 소비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빅데이터'는 고객의 금융거래에 따라 성향 분석에 따른 사후관리, 신용도 평가 등 금융사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바이오 인증'도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존 지문인식 방식에서 현재는 홍체·안면·정맥 등 사용자 고유의 생체데이터를 이용한 인증기술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
◆ 은행권 점포 구조조정 '칼바람'
올해 소비자금융 영업점 126개 중 90개를 통폐합한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몸집줄이기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기업·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 속도 역시 지난해에 비해 가팔랐다. -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디지털금융과 비대면 채널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강력한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점포 통폐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되 채널 효율화를 통해 고객의 편의성은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숙제는 안고 있다. 방문 업무에 익숙한 고객들은 지점폐쇄에 따른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고 은행이 이를 외면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지점 폐쇄 대안으로 은행·보험·증권을 아우르는 복합점포 개설 등의 전략을 내고 있다.
◆ 금융권 '메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기대와 우려속에 탄생한 이후 초반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안착에 성공했다.
모바일과 PC 등 비대면채널 기반의 단순한 가입절차, 복잡하지 않은 금융상품과 서비스, 특히 기존 은행대비 높은 금리혜택을 제공하며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자 서비스 개선을 외면하던 기존 은행들에서도 변화의 움직이 감지되기 시작하며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인력확충, 모바일서비스 강화, 비대면 전묭상품 이벤트 확대 등에 나서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의 '메기'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불거닌 인가 특혜 의혹이나 은산분리 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 최저금리 시대 종지부…금융시장 긴장속 예의주시 -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전격 인상하면서 최장기간 이어져온 저금리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당국이 금리인상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내외 경기 회복세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금융 불안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핵심은 '6년5개월 만의 인상', '0.25%'의 문제보다는 추가 인상에 대한 속도와 방향에 대한 부분이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미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해온 미국은 내년에도 3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엔 빚이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1∼2회(2월, 7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키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1400兆 가계부채 잡아라…금융당국, 고강도 대출규제 발표
빠른속도로 불어나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었다.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당국은 다주택자를 지목하고, 新DTI·DSR 도입으로 대출심사 문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은행권은 당장 내년 1월 부터 차주의 소득과 부채규모를 전보다 훨씬 깐깐하게 심사하게 된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전 금융사가 관리지표로 DSR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각 은행은 고객특성과 영업, 리스크 전략을 감안해 대출 심사시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상환능력을 우선으로 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 앞으로는 갚을 수 있을 만큼 만 빌리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다만 고강도 대출 규제에 따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 증가 등의 풍선효과, 자영업자 도산, 실수요자의 주택마련 난항에 대한 숙제도 안고 있다.
◆ 증시 활황, 코스피·코스닥 나란히 역사적 고점
올해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오름세로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오명을 떨치고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2011년부터 6년간 2000∼2200 수준에서 횡보하던 코스피는 연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 5월4일 2241.24로 기존 최고치(2011년 5월 2일 2228.96)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랠리를 거듭해 2500선에 안착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코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받았다.
코스닥시장은 정부의 지원정책 기대감을 발판으로 11월6일 장중 803.74를 찍으며 10년 만에 800선을 터치했다.
특히 올해 제약·바이오주는 미국 증시의 바이오주 강세와 정부의 헬스케어 관련 정책 수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크게 올랐다.
그러나 신라젠 등 일부 종목이 실적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며 거품 논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국내 첫 초대형IB 출범…당국의 확 바뀐 기조 변수로 -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 허용되는 초대형IB 라이센스를 획득했다.
이 중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업무 인가는 초대형IB의 핵심 업무로 대다수 증권사들이 대주주 또는 공정거래 관련 리스크 등으로 줄줄이 당국 기준을 충촉시키지 못하고 인가가 보류된 상황이다.
결국 올해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고, 첫 상품이 이틀 만에 완판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당초 초대형IB는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표방하며 증권업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대형사들에게 자격요건 충족을 위해 증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되며 당국의 기조는 180도 달라졌다.
현재는 초대형IB를 육성하기 보다는 진입장벽을 오히려 높이고 있는 모습으로 증권업에 대한 정책기조가 초대형IB의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업계 역시 이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명보험사 징계 완료
2014년 ING생명 장계를 시작으로 벌어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2년 만에 마무리됐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자살을 재해로 잘못 표기한 약관이 담긴 재해사망보장 특약을 팔았던 14개 생보사들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보험사들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특약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며 생보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들에 중징계를 예고했고, 이에 올해 1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모두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
◆ 금융권 사명변경 줄이어
동부건설 매각 이후 상표권 문제로 고민을 해온 동부그룹이 DB로 그룹명을 변경하자 계열 금융사들이 모두 DB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부화재가 DB손보로 간판을 새로 단 것을 비롯해 생명, 증권, 저축은행들이 모두 DB생명, DB금융투자, DB저축은행으로 새출발했다.
알리안츠생명도 올해 대주주 변경에 따라 ABL생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증권업계에서는 LIG투자증권을 인수 이후 케이프투자증권이 새롭게 탄생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서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HMC투자증권에서 곧바로 사명을 변경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현대그룹의 계열사 현대저축은행이 유진그룹에 매각돼 유진저축은행으로, HK저축은행도 에큐온캐피탈에 지분을 매각한 이후 에큐온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 법정 최고금리 인하…대부업·저신용자 긴장
법정 최고 금리가 현재 27.9%에서 내년 2월 24% 3.9%포인트 낮아진다.
대통령 공약 사항 중 하나인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임기 말까지 20%로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예고된 사항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자체의 인하를 위한 정책의 일환인 만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 역시 금리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들의 경우 연체금리 체계를 연체 기간 및 신용도 등에 따라 차등화하면서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세 대부업체들의 고전도 예상된다. 시중금리 인상압력이 지속돼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최고금리가 안해돼 운용수익률 하락함에 따라 경영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안하가 금융사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일종의 제한선이지만 저신용자 등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