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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주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지원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최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보조금 이슈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는 오히려 보조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시멘트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계획이 장기적으로 수립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관세감면제도 계획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정부의 긍정적 지원책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음을 신년기획 시리즈를 통해 제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22년까지 친환경차 규모를 200만대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표했지만, 올해부터 대당 보조금 규모를 축소해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정착기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금을 축소하는 것은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외치는 정부가 정작 실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자동차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1월1일부로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 규모를 축소 시행하고 있다. 기존 14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던 전기차는 1200만원으로 축소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친환경차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상황인 만큼, 개별 소비자들에게 더는 보조금 혜택을 적극적으로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국내외 친환경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약 236만대에 달했던 시장 규모는 올해 301만대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 친환경차 시장 역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 2015년 4만1978대에서 2016년 6만8826대로 늘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기준으로는 8만8713대가 집계됐다.
친환경차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안정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놓고 보면 국내 친환경차 판매 실적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소비자들이 환경적 요인보다 가격적 측면에서 친환경차를 선택하는 것도 보조금 축소를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친환경차 1대당 최대 보조금이 타 국가와 비교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것도 보조금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아직 국내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보조금 축소는 과열된 친환경차 수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요인은 환경 문제 개선보다 가격적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타 국가에서는 친환경차 관련 혜택을 축소하려던 움직임에서 선회해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사례들도 있다. 기존 혜택이 축소될 경우 소비자, 기업 등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한 결과다.
미국의 경우 보조금(세제 면제) 지원 축소 방침을 정한 뒤 최근 철회했다. 친환경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도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신에너지차 구매세 면제 혜택을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주행거리별로 보조금 산정에 차등을 둬 300km 이상 주행 가능 시 2~14% 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조금을 축소하려는 분위기는 맞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기업 및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보조금을 줄였다. 시장이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을 줄이면 좋지 않다. 우리 소비자들은 금전적 보조금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며 "국가별로 자국의 문화적 특성에 맞춰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국내 시장은 친환경차 시장에서 뒤쳐져 있다. 너무 급격하게 내리는 것은 좋지 않다. 외국을 따라가기 보다는 소비자가 어느정도 늘어날 때까지 보조금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한국형 모델 정립을 위해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심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아파트 공용 주차장에 모바일 충전기를 비롯해 심야형 완속 충전기 등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며 "충전 시설 확충 외에도 소비자들에게 충전기 사용에 대한 종합적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충전 시설이 본인 차량의 타입에 맞는지, 사용 중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