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즈 엑스포서 부스 마련… '주방가전-세탁기' 공개제품 차별점 및 가격 질문 등 회피… 세이프가드 의식한 듯
  •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즈 엑스포(Sands expo) 전시장에 차려진 '월풀'의 부스. ⓒ연찬모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 센즈 엑스포(Sands expo) 전시장에 차려진 '월풀'의 부스. ⓒ연찬모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연찬모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18'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아쉬운 태도로 씁쓸함을 남겼다.

    전시회에서 선보인 제품들에 대해 극히 제한된 설명을 하거나 가격에 대해선 경계심을 드러내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가전 공룡'이라고 불리는 이름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8에선 전 세계 4000여개 기업들이 참가해 자신들의 제품과 기술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최대 가전쇼라는 명성답게 전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 수많은 가전업체들이 관람객 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내보였다.

    지난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월풀 역시 올해 CES에서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세탁기, 빌트인 주방가전 등을 공개했다.

    글로벌 주요 가전업체들이 메인 전시장으로 꼽히는 컨벤션센터(LVCC)에 자리한 것과 달리 센즈 엑스포(Sands expo) 전시장에 둥지를 틀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월풀의 부스는 다른 가전업체들과 같이 일상생활 속 공간의 모습으로 꾸며졌다. 특히 냉장고와 오븐 등 주방가전을 빌트인 형태로 선보였으며, 전시장 한 켠에는 드럼·전자동 세탁기를 마련했다.  

  • 월풀 부스에 전시된 빌트인 냉장고. ⓒ연찬모 기자
    ▲ 월풀 부스에 전시된 빌트인 냉장고. ⓒ연찬모 기자

부스 곳곳에 전시한 빌트인 가전의 경우 겉모습에서부터 상당히 아쉬움을 남겼다. 주방가구와 가전의 일체형 디자인으로 뛰어난 공간 활용도가 특징인 빌트인 가전이라기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봐도 마치 집어넣으려다 멈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월풀은 주방가전에 레시피 앱인 윰리(Yummly)를 탑재하며 실생활에 활용되는 모습을 시연했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안에 있는 식재료를 검색해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앞세웠지만, 냉장고 문을 열고 스마트폰을 꺼내 재료들을 스캔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세탁기 역시 모바일 앱과 연동해 세탁 시간이나 세제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커다란 영상을 통해 강조했지만 이미 음성만으로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국내 기업들과는 분명한 기술의 차이가 있었다.

이날 월풀 관계자들의 응대 방식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공개된 제품들에 대해 타 기업과의 차별점 등 일부 설명을 요청했지만 제품과 함께 전시된 영상을 참고해보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가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답 뿐이었다. 반면 현지 관람객들을 상대로는 먼저 다가가 적극적인 제품 홍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최종 결과를 앞둔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만큼 명찰 등을 확인하고 경계심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며 "더욱이 한국 기업들과 같은 전시회에 참가한 상황에서 비교 대상에 엮이는 것을 꺼리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