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 가열전시장 장악 중국, '가전-IT' 등 전 분야서 우위"폭우에 정전까지… 명성 무색케 한 잇따른 사고 아쉬워"
  • ▲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1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찬모 기자
    ▲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1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찬모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를 주제로 전 세계 150개국 4000여개 기업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미래 기술과 관련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전시장 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TV, 세탁기, 냉장고 등 신제품을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인공지능 가전이 가져다주는 실질적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난해 열린 'CES 2017'에서 전체 참가기업(약 3800개)의 30% 가량을 차지했던 중국은 올해에도 13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다시 한 번 영향력을 과시했다. 중국 기업들은 가전·IT 전 분야에서 빠른 기술 추격 속도를 내보이며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 ▲ 박일평 LG전자 사장이 8일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 박일평 LG전자 사장이 8일 열린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아마존·구글' 장악한 AI 플랫폼 경쟁… 삼성-LG, 생태계 구축 시동

올해 CES는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이 두드러진 자리였다. 한층 다가온 스마트홈·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 플랫폼이 탑재된 가전제품들을 선보였다.

전 세계 인공지능 플랫폼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아마존과 구글은 체험형 부스를 차리고 자사의 기술력이 탑재된 다양한 기기들을 내놓았다.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여한 구글은 TV, 냉장고, 스마트폰, 스피커 등 인공지능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제품들을 한 데 모아 전시하며 아마존의 '알렉사'와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구글은 소니, B&O, TCL, 하이얼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아마존 역시 자체 플랫폼 '알렉사'를 앞세워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마존 부스 외에도 전시장 곳곳에선 알렉사가 탑재된 기기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도요타, 렉서스 등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뷰직스, 모엔 등 안경·욕실용품 업체들은 알렉사를 이용한 자율주행차, 스마트 안경, 스마트 샤워기, 스마트 거울 등 혁신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체 플랫폼 및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를 필두로 모든 가전제품과 모바일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전장 분야까지 빅스비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등 자체 기술을 통해 생태계 구축 및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을 내보였다.

LG전자도 인공지능 전시장 '씽큐존'을 통해 독자 개발한 '딥씽큐'와 구글, 아마존의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들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새롭게 론칭한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를 포함해 외부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개방형 전략'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 화웨이 전시 부스에 마련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 시리즈의 전시존. ⓒ연찬모 기자
    ▲ 화웨이 전시 부스에 마련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 시리즈의 전시존. ⓒ연찬모 기자

  • "올해도 차이나 열풍"… 가전쇼 장악한 中 기업 '눈길'

    올해 CES에서도 중국의 위세는 대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체 참가 기업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중국은 TV, 스마트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층 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며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QLED TV를 전면에 내세운 TCL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 TV와 월페이퍼 디자인을 적용한 프레임 TV를 선보였다. OLED 진영에 참여한 창홍 역시 월페이퍼 콘셉트의 제품군을 비롯해 자사 인공지능 기술 '치크(CHIQ)'가 적용된 TV를 공개했다. 특히 크리스탈 올레드 사운드(CSO OLED) 패널을 적용해 화면에서 소리가 나오는 65인치 퓨어 사운드 OLED TV를 선보이는 등 예년에 비해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하이센스도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가 동시에 탑재된 스마트 TV와 레이저 프로젝터로 화면을 패널 위에 투영하는 레이저 TV를 내놓으며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올해 미국 진출을 선언한 화웨이는 전체 부스 면적의 약 30% 규모를 스마트폰 전시에 할애했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메이트10' 시리즈를 필두로 'P10', '아너 V10', '노바2' 등 중저가 제품군을 함께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하이센스는 제품 전·후면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듀얼스크린폰 'A2 프로'를 포함해 총 22대의 스마트폰 제품을 전시했다. 또 하이얼은 개발 중인 'L8'과 'L6'를, TCL은 쿼티 키보드 방식의 '블랙베리 키원'과 터치 방식의 '블랙베리 모션'을 각각 선보이며 시장 공략의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올해 CES에서 큰 화제를 모은 로봇 분야에서도 해당 전시관에 참여한 전체 기업(36개) 중 절반 이상인 20곳이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아바타마인드의 반려용 로봇 '아이팔'과 유비테크의 서비스 로봇 '크루저' 등 다수의 로봇 제품들은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속도를 그대로 입증했다.

  • ▲ 10일 컨벤션센터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참가업체들이 진행을 중단한 가운데 해외 한 전지회사가 밝힌 조명에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찬모 기자
    ▲ 10일 컨벤션센터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참가업체들이 진행을 중단한 가운데 해외 한 전지회사가 밝힌 조명에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찬모 기자

  • "폭우에 정전까지"… 체면 구긴 '세계 최대 가전쇼'

    올해 CES에서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들로 인해 웃지 못할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개막 당일인 9일에는 110여일만에 내린 폭우로 전시장 곳곳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한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주최 측은 빗물받이용 양동이를 설치하기에 급급했다.

    CES에 처음으로 참가한 구글은 이날 야외 부스에서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온종일 내린 비로 부스가 침수돼 결국 이튿날이 되서야 관람객들을 맞았다.

    10일 오전에는 세계 최대 가전쇼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메인 전시장인 컨벤션센터(LVCC)가 일제히 암흑으로 물들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날 폭우로 인해 천장 누전이 발생한 것. 이 사고로 컨벤션센터를 방문한 관람객 다수가 일제히 밖으로 나오며 큰 혼잡이 빚어졌다.

    한 글로벌 전지회사는 대규모 정전에도 불구 부스 내 조명을 밝혀 관람객들의 환호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