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도입한 원샷법, 국내 철강사 신청건수 6건에 불과개별기업 구조조정으로는 한계, 공급과잉 해결할 시스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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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데일리
지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구조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축소가 현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확대 정책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산업 구조조정의 중심이었던 조선과 철강업 모두 별다른 대책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는 조선과 철강업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세계 철강업계가 대형화 추세로 가면서, 국내 철강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급과잉 품목인 강관과 후판은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정부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고자 도입한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정부는 2016년 9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효율적인 산업재편을 유도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고로는 제외하고라도 후판과 강관 등 공급과잉이 심각한 품목은 설비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원샷법을 통해 철강사들의 적극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했지만, 지금껏 철강사가 신청한 건은 6건에 불과하다. 그 중 현대제철 단조사업 재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국제강의 후판 사업도 원샷법을 통해 일부 정리됐다. 나머지는 강관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동시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해 개별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150개의 사업을 정리, 7조원에 달하는 재무 이익을 실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때 71개에 달했던 포스코 계열사는 지난 연말 기준 38개로 대폭 줄었다.
현대제철도 지난 2015년부터 흡수합병, 구조조정 등을 통한 사업재편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원샷법을 활용해 인천공장 단강 제조용 50톤 전기로 설비를 국내 업체에 매각했으며,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단조설비 이관을 마쳤다.
동국제강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했다. 페럼타워와 페럼CC, 포스코강판 지분, 국제종합기계, DK유아이엘 등을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편했다. 지난 2012년 포항 1후판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2015년 8월 가동 중단한 포항 2후판 설비는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이처럼 개별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원할하게 진행됐지만, 공급과잉을 완화하는 인수합병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기업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자율적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정부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반면, 세계 주요 철강사들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은 합병을 통해 세계 2위의 대형 철강사로 재탄생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6년 세계 4위 철강사 신일철주금이 닛신제강을 합병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일본 내 전기로 9위 업체 도쿄제철과 12위 이토제철이 통폐합 하기로 했다. 세계 1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도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최대 철강사 일바를 인수하며 대형화 바람에 합류했다.
경쟁국들의 이같은 구조개편은 국내 철강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국내 철강산업은 자율적 구조조정 아래 부실업체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이 자금 회수 목적으로 기업의 회생 및 매각 등을 실시한 탓에 구조조정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를 비롯한 관련업계가 협력 체제를 구축,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면서 "이러한 작업에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