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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부사장에 재직 중인 A씨(55세)는 최근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신한카드로부터 채권추심 수임사실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통지서에는 원금 약 1000만원, 이자만 5500여만원이란 숫자가 적혀 있었다. 본인은 연체한 사실이 없어 확인해 보니 과거 연대보증을 한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자가 수 천만원까지 쌓이는 동안 이 같은 추심 안내는 처음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신한카드에 확인해 본 결과 카드빚은 이미 갚은 상황이었다.
A씨는 그래도 불안해 채무 변제 확인서를 요청했지만 신한카드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처럼 신한카드가 채권 추심과 관련해 미흡한 대처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원 발생은 앞서 설명한 대로 연대 보증인에게 지난 8일 채권추심 수임사실 통지서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채권 위탁을 받은 곳은 고려신용정보.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위탁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연체 채무자에게 일괄적으로 안내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답했다.
채무변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안내문이 발송되면서 A씨는 충격에 빠졌다. 우선 본인이 채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가족들에게 확인해도 관련채무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까지 불안하게 만든 채무는 25년전 지인이 카드를 만들면서 보증을 서 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고려신용정보 관계자는 “채권추심 수임사실 통지서는 고객에게 관련 업무에 대해 위탁 받았단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채권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채무 변제와 같은 업무 처리는 신한카드에 연결된 계좌를 통해 이뤄져 정확한 채무 사실은 카드사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인 A씨도 이 같은 안내를 받고 신한카드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건 이미 원 채무자가 빚을 갚았단 대답을 들은 것이다.
A씨는 “어떻게 카드빚이 원금보다 5배나 높아질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카드빚까지 갚았다고 하는데 왜 추심업체에 연체 정보를 넘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현행법상 채무자가 5년 이상 유선, 우편 등의 안내문을 받지 못할 경우 채무액은 소멸된다.
하지만 원금 1000만원에서 이자만 5000만원까지 불었다면 관련 채무는 10년 이상 연장이 돼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빚은 늘어나고 있지만 보증인은 관련 내용을 안내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고려신용정보에서 보낸 한장의 우편물로 가족간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우편물을 받은 후, 가족중 한명이 도용해 카드를 발급 받아 사용한 것으로 의심했고, 이제는 본인이 가족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무너져 버린 가족간 신뢰는 신한카드나, 고려신용정보에서 직접 사과문을 보내주지 않을 경우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도 문제다. 채무 관계도 없는 고객의 집주소 등 민감힌 정보를 카드사와 추심업체가 아무런 안전장치나 규제 없이 주고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이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채권추심업체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담은 우편물이 날아 왔다"면서 "신한카드가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억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