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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 주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10%가 면제되면서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거래 시장인 ‘K-OTC’의 거래량이 늘었다. 신규 상장 유치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장외 주식시장이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하지 않은 중소 벤처기업의 투자자금 모집을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양도소득세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사설 시장 거래를 선호하며 외면받아 왔다.
19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억원대 정도였던 K-OTC 시장은 올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거래대금이 64억여원으로 급증했다.
다음날인 3일에도 3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주에도 20~30억원 이상을 넘나들며 증가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협회에 따르면 K-OTC 상장 기업 중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업은 전체 119개 상장사 중 약 90여곳에 이른다.
아직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전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일부 대기업 종목을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OTC에 상장된 기업 중 주요 종목들의 코스닥 이전상장이 예정되면서 투자자금 유치에 더 불이 붙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카페24는 내달 초 ‘한국형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페24는 지난 2일 하루 누적 거래대금만 20억원에 달했다.
올 하반기 기술특례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와이디생명과학도 거래대금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 18일에는 누적 거래대금이 10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양도세 면제로 거래대금 증가뿐 아니라 기업들의 신규 상장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양도세가 면제됐다는 소식에 비상장주식의 주주나 직원들이 회사 측에 K-OTC에 상장해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작년까지만 해도 신규 기업을 유치하려고 사설 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찾아가면 우리 측에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안전성과 편리성 정도였으나 투자자들은 그런 점보다 양도세에 대한 회피 의지가 커 장외거래를 선호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공식적으로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돼 혹시나 사설 시장에서 거래를 하더라도 국세청에 의해 추징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K-OTC로 유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설 장외시장보다 상장기업 정보를 비교적 투명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현재 K-OTC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업 중 ‘등록기업’은 상장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상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공식 사이트에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재무재표가 공개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설시장의 경우 공시의무가 없어 사실상 한정된 정보로만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깜깜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으며 사기의 위험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