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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성장을 본격화'한 해였다면, 2018년은 '성장을 가속화'하는 해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이 이달초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내용 중 일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전선은 올해 중동 등 주요 수출국 이외에도 유럽과 북미 등 전략 시장을 확대해 수주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대한전선은 수주 사업 중 약 60~7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25일 대한전선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해외 영업과 생산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6년 7월 베트남 '대한비나(TCV)'를 단독법인으로 출범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엔 '사우디대한'이란 전력기기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대한비나는 전격적인 투자를 통해 HV(고압)급 케이블과 ACCC(증용량가공선) 생산 설비를 갖췄고, 사우디대한도 공장 준공을 완료했다.
이로써 대한전선은 국내 당진공장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엠텍(M-TEC), 베트남의 대한비나, 중동의 사우디대한 등 사각 구도로 이어지는 거점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4월엔 영국지사를, 같은해 9월엔 미국에 동부지사를 설립하며 영업 기반도 다졌다.
이를 통해 대한전선은 지난해 수주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824억원 규모의 230kV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업를 따내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대한전선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엔 해당 지역에서의 수주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규로 설립한 지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성과는 곧바로 나왔다. 지난 17일 미국 남서부에서 진행 중인 선지아(Sunzia) 프로젝트 중 500kV 초고압 지중 케이블 구간을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선지아 프로젝트는 아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를 연결하는 약 830km 길이의 500kV급 송전망을 구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해당 지역 주요 전력회사와 개발업체의 조인트벤처(JV)인 선지아 트랜스미션 LLC가 수행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선지아 프로젝트 중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500kV 초고압 지중 케이블 전체 구간을 따낸 것으로, 53km에 달하는 500kV 케이블과 접속재 공급, 전력망 설계, 시공, 테스트, 상업운전까지 턴키(Turn-Key) 방식으로 일괄 수행한다.
특히 선지아 프로젝트 수주는 북미 전역을 통틀어 2번째로 진행되는 500kV 초고압케이블 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500kV 초고압 케이블'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전선은 2016년 12월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전력회사인 SCE가 발주한 북미 최초의 500kV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바 있다.
500kV 초고압케이블은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의 케이블이다. 통상 초고압으로 분류되는 EHV보다 한 단계 진화된 UHV(초초고압)로 불린다. 국내에선 대한전선이 최초로 제품을 개발·상용화했으며, 러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주를 이어가며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완료한 것을 인정받아 선지아 프로젝트까지 따낼 수 있었다"며 "북미 전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500kV 초고압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확대 추세에 있어 시장을 선점한 대한전선의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한전선은 2015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IMM PE에 인수된 후 재무건전성과 사업경쟁력 확보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