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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역사가 22살 정현에 의해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정현은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에서 8강을 넘어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그는 26일 세계 랭킹 2위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한다.
이런 가운데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63)이 재조명 받고 있다. 조동길 회장의 선견지명이 오늘날 정현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26일 한솔그룹 등에 따르면, 조동길 회장은 자타공인 '테니스 사랑꾼'이다. 연세대 재학시절에도 열성적으로 테니스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다. 2002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엔 매년 '한솔배 테니스 대회'를 열며 직접 선수로 뛰기도 했다. 테니스를 계열사 임직원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조 회장과 정현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12월 테니스협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국내 테니스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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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는 테니스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시절. 조 회장은 테니스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들이 청장년층이 됐을 땐 대한민국을 빛내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이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 비용을 지원받은 주니어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정현이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그만큼 조 회장 입장에선 지금의 정현을 바라보는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2013년 1월까지 10년간 테니스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매년 10억원씩 100억원을 찬조하면서 테니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국내에 테니스 붐을 일으켜 타 종목에 비해 열악한 저변과 인프라를 확대·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2004년엔 국내 최초로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주관하는 투어대회인 한솔코리아 오픈을 개최했고,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 세계 정상급의 선수를 초청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정현은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며 "여기엔 비인기 종목이었던 테니스를 꾸준히 지원한 조동길 회장의 노력도 분명 한몫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