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실버택배 구로 거점 방문기
70~80대 어르신 '안심배달'에 주민들도 호응
  • ▲ 구로천왕 실버택배 거점에 근무하는 실버택배원 ⓒ 뉴데일리 공준표
    ▲ 구로천왕 실버택배 거점에 근무하는 실버택배원 ⓒ 뉴데일리 공준표
    



    한국 사회에는 인생 2막을 규정하는 중요한 나이가 있다. 바로 만 65세다. 우리는 만 65세 이상의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른다.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은 은퇴와 같이 사회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겪는다. 평생 일한 직장을 떠난다는 상실감에 은퇴 후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는 사례는 흔하다. 활기찬 노년을 위한 해법으로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 주로 언급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실버택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마을 단위로 택배를 전달받으면 동·호수 분류, 근거리 배송을 60대 이상의 실버택배원이 담당하는 구조의 사업이다. 현재 전국 160곳의 실버택배 거점에서 1300여 명의 어르신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실버택배 거점 SH 천왕이펜하우스를 찾았다. 이곳엔 70~80대 어르신 택배원 14분이 근무하고 있다. 고령의 나이와 매서운 겨울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택배 사무소는 활기가 넘쳤다.

  • ▲ SH 천왕이펜하우스에 마련된 실버택배 사무소 ⓒ 뉴데일리 공준표
    ▲ SH 천왕이펜하우스에 마련된 실버택배 사무소 ⓒ 뉴데일리 공준표



    구로천왕 거점은 아파트 단지 한 곳에 해당하는 1000여 세대의 택배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처리 물량은 200건 정도로, 어르신 한 분당 약 20~30건의 배송을 담당한다.

    이곳엔 인근 거주 어르신이 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 근무시간은 약 3~4시간이다. 근무시간이 길지 않은데다가 쏠쏠한 용돈벌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버택배원의 만족도가 높다.

    매일 업무는 택배차를 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역터미널을 거쳐 분류된 택배는 매일 오후 1~2시쯤 실버택배 사무소에 도착한다. 택배 트럭이 도착하면 허리 높이 정도 되는 간이 레일을 깔고, 동별로 분류를 시작한다. 보통 아파트 한두 동의 물량을 어르신 한 분이 담당한다.

  • ▲ 택배차 앞에서 소분류 작업 중인 어르신들 ⓒ 뉴데일리 공준표
    ▲ 택배차 앞에서 소분류 작업 중인 어르신들 ⓒ 뉴데일리 공준표



    "302동이요! 304동이요!"

    운송장에 붙은 주소를 읽고 분류하는 어르신들의 눈과 손이 분주하다. 각 동별로 분류된 택배들은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인다. 분류를 마치면 곧바로 배송이 시작된다. 먼 거리로 배송을 나가거나 무거운 상자를 날라야 할 땐 전동 카트를 작업에 투입한다.


    ◇ "일하는 기쁨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았죠"… 85세 최고령 택배원의 이야기


    85세 최고령 택배원 백창현 어르신을 현장에서 만났다. 젊은 시절 유명 통신기업에서 일했던 백 씨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실버택배 근무를 시작했다.

    백 씨는 실버택배원으로 일하며 건강과 활기를 찾은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일터에 나와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오가는 고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큰 낙이라는 말도 전했다.

    백창현 씨는 "우리 나이엔 매일 일을 하며 몸을 움직일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활력"이라며 "단지를 지나는 고객들과 인사를 나눌 때, 배송 후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아직 살아있다는 마음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배송 업무 3년 차인 어르신은 베테랑 기사 못지않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배송 순서, 크기대로 물건을 쌓아 올리는 요령부터, 호수별 고객 특성까지 완벽히 숙지하고 있다.

  • ▲ 배송 작업 중인 85세 백창현 어르신 ⓒ 뉴데일리 공준표
    ▲ 배송 작업 중인 85세 백창현 어르신 ⓒ 뉴데일리 공준표



    집에 있는 고객에겐 정감 있는 인사와 함께 물건을 전하고, 부재중일 땐 경비실 등 원하는 장소에 택배를 맡겨둔다. 고객이 물건을 제때 찾아가도록 확인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택배를 받는 고객의 호응도 좋다. 이웃집 어르신이 배송을 맡아준다는 점에서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고객이 많다. 실버택배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어르신을 배려하는 고객이 많아 실버택배원의 근무 만족감도 높다.


    ◇ 지역·사회·기업이 함께하는 착한 일자리… '공유가치창출' 대표 사례로 우뚝


    실버택배를 향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CJ대한통운과 서울시는 실버택배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 사업을 운영하고, 서울시에서는 서비스 교육 등 택배업에 투입될 실버 인력을 양성한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협력의 대표 사례로 꾸준히 언급된다.

    실버택배는 지역과 사회, 기업이 상생한다는 공유가치창출(CSV)형 사업으로 국제적인 주목도 받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를 공유가치창출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추후 CJ대한통운은 서울시와 공동 개발 중인 지하철 택배 사업과 실버택배를 접목하는 등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발달장애인, 저소득층 등 다양한 취업 취약 계층으로 채용 대상도 확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실버택배원 어르신들이 업무를 통해 사회 소속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근무 만족도가 높다"면서 "사업 취지를 이해하고 어르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고객도 많아 관련 사업을 지속해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근무 전 택배사무소에 모여 게임과 담소를 즐기는 어르신들 ⓒ 뉴데일리 공준표
    ▲ 근무 전 택배사무소에 모여 게임과 담소를 즐기는 어르신들 ⓒ 뉴데일리 공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