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플랫폼 내놓으면서 '양산체제' 불안정 원인 제공"다양한 품질 이슈 신뢰도 하락… 소비자 재구매율 감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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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오는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8'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이 강화된 2018년형 V30을 공개한다. LG전자는 그동안 MWC에서 신제품을 공개했지만 올해는 G7 대신 V30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인다.새로운 V30는 카메라의 편의성을 높이는 '비전 AI'와 음성 인식 기능 중심의 '음성 AI'를 탑재했다. 다만 지난해 출시한 V30의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평가는 극명하게 극명하게 나뉜다.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응과 "혁신 경쟁을 버리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LG스마트폰은 그동안 다양한 문제를 보여왔다. 가격, 내구성, 마케팅, A/S, OS 최적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LG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LG스마트폰의 문제는 불안한 양산체제에 있다"며 "LG전자는 판매 부진을 만회한다는 이유로 매번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양산체제를 안정화하지 못했다"고 했다.LG전자는 2012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 아이폰보다 4년, 삼성 갤럭시보다 2년 이상 늦었다. 하지만 기술중심 전략을 앞세우면서 빠르게 성장해 갔다. 2012년 '옵티머스 G'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G시리즈는 이후 G2, G3로 발전하면서 인지도를 넓혀갔다. 2014년 출시된 G3의 경우 국내에서만 10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G3가 성공하자 LG전자 내부에서는 "이제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그러나 G3의 성공은 LG스마트폰 사업의 발목을 잡는 단초가 됐다. 당시 LG스마트폰 사업은 패스트팔로워 전략에 집중하면서 인지도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소비자들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G3가 성공을 거두자 업계에서는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LG전자도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선두 업체로 거듭 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후 LG스마트폰은 매년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면서 플랫폼을 바꿔나갔다.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가격을 올리면서도 제품의 성능, 품질,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매번 새로운 제품을 만들다 보니 양산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이 줄어들 수 없었다"며 "특히 양산이 안정화되면서 기술력이 쌓여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산만하게 출시되면서 내구성과 완성도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2016년 2월 출시된 G5가 대표적이다. MWC 2016에서 공개된 G5는 세계 최초로 모듈형 디자인을 적용해 폭발적인 초기반응을 보였다. G3에 만족했던 기존 사용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LG전자 내부에서는 "1000만대 판매도 거뜬하다"는 자신감이 나왔다.
당시 MC사업본부를 이끌던 조준호 사장 역시 "G5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G5는 출시 한달 만에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MC사업본부에 수 천억원의 적자를 안겼다.
혁신에 집착한 나머지 품질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수율 등 양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협력사들과도 갈등을 빚었다.더 큰 문제는 신제품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기존 사용자들의 재구매율도 자연스럽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삼성과 애플 등 글로벌 선두업체들은 일정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도 예측가능한 영역에서의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신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신뢰도 제고에 도움을 주면서 재구매율을 높이는 효과로 나타난다.반면 LG전자는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컨셉을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혁신을 원하면서도 예측가능한 영역에 있는 혁신에만 반응한다"며 "스마트폰처럼 대중적인 제품의 경우 더욱 그렇다.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지, 문제를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쫓는 모습은 결국 악순환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