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참여시절 인사들을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하면서 회사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적 줄대기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가 하면, 정부가 CEO 퇴진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등 현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결정은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KT가 분열 조짐을 보이며 우리나라 관련 산업 경쟁력이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참여정부 시절 사회문화수석을 지낸 이강철 씨와 경제수석을 지낸 김대유 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KT 사외이사 8명 가운데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3명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임 후보로 결정됐다. KT는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를 공식 선임한다.
일각에선 평소 KT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 온 황창규 회장이 스스로 원칙을 깨고 '코드 인사'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황 회장 연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KT새노조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임 건을 놓고 또 다시 비판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KT새노조는 "이강철, 김대유 전 청와대 수석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라며 "황 회장이 정치적 줄대기로 문제가 된 것을 정치적 줄대기로 극복하려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외이사로 추천된 참여정부 인사들은 개인 역량이나 인격적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나 통신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적폐경영을 보호해주기 위한 영입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계에선 KT 경영진들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의결 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 관련 탄핵결정문을 통해 KT, 현대·기아차 등은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한 상황에서 국정농단을 자꾸 문제 삼아 정부가 압수수색 등 보이지 않는 CEO 퇴진 압박을 지속,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정농단 이후 기업이 정부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주창한 현 정부가 오히려 더욱 강하게 정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문재인 코드 맞추기'식 인사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 수만명의 선원들의 생사를 책임져야할 선장의 입장에서는 크기를 예측할 수 없는 초대형 태풍과 같은 청와대의 입김에 불응할 수는 없다"며 "황 회장을 비롯 경영진들의 이번 결정은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KT 내부 분열이 더욱 심화돼 우리나라 ICT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이 좋지 않은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백방으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 속 KT새노조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모습은 KT뿐 아니라 우리나라ICT 생태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울러 황 회장 역시 회사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내 향후 거취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