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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 우리를 위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육체적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교육가로 활동한 헬렌 켈러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명언처럼 다수의 사람들은 작은 시련에도 쉽사리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데이팅 앱 '아만다'를 서비스하는 넥스트매치의 신상훈 대표는 달랐다.
20대의 신 대표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적 증권회사였던 메릴린치에서 주식 트레이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엇하나 남부러울 게 없었다.신 대표는 "세계에서 제일 큰 금융회사여서 주변사람들의 부러움도 많이 샀고, 안정적인 삶이 계속될 거라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사업은 생각도 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절대적으로 안전할 거라 믿었던 회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됐다.
충격이 컸다. 그렇다고 좌절 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때 "하늘 아래 절대적으로 안전한 터전은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어차피 안전한 곳이 없으면 남한테 월급을 받는 것보다 월급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어차피 리스크는 같다. 용기를 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아만다'이다. 아만다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줄임말로 2014년 10월 처음 출시됐다.
'아만다'의 가장 큰 장점은 신뢰성이다. 기존 회원들의 심사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한 사람만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개인 사진 3장을 등록하고 휴대전화 번호와 나이 같은 기본정보를 올리면 몇 분 뒤 심사가 진행된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회원으로 가입을 할 수 있다. 익명성에 숨어 거짓 정보를 올리는 이들을 막기 위한 조치다. 회원들에게는 매일 저녁 8시, 하루 2명씩 이상형을 추천한다.
서비스 초기부터 '불량유저 신고' 기능을 도입해 사진이나 전화번호 등을 도용하는 불건전 이용자를 가려내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업계 최초로 '대화방 환불 시스템'도 개발했다. 대화방 생성 후 7일 이상 상대방 대답이 없으면 소비된 리본(유료 아이템)을 전액 보상해 준다. '아는 사람 만나지 않기' 기능도 추가했다.
유저들이 자체신고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시스템도 도입했다. 뭔가 의심이 들면 앱에서 신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24시간 운영팀(총 10여명, 2~3명씩 3교대)이 5분안에 모든 것을 답변해 준다.
이같은 철저한 관리를 발판으로 아만다는 출시 1년 만에 업계 3위, 2년만에 1위에 올랐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100억원) 보다 2배 증가한 200억원 달성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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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재 아만다를 이용한 유저는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30 미혼남녀가 8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데이팅 앱이 젊은층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런 이유로 신 대표는 사명감을 갖고 서비스하겠다는 각오다.
신 대표는 "연애에 대한 관념은 어떤 가치보다는 크다"며 "젊은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이나 구매 같은 서비스는 좀 늦거나 잘못 전달돼도 수정이 가능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건 다르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며 "서비스 하는 데 있어서도 진정성을 갖고 진지하게 생각하며, 거짓이거나 남을 속이는 불량 유저들을 철저히 단속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가 바라는 최종 목표는 원대하지 않다. 기업적으로 대단한 회사가 되기 보다는 미혼남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회사로 남고 싶다게 그의 바람이다. 신 대표는 "좋은 인연을 찾아 잇는 서비스를 계속해 만들고 싶고, 진정성과 철학을 담아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는 "산업 구조도 점차적으로 인력을 안쓰고 자동화 시스템이 대체하는 시대다. 그런 흐름들은 거스를 수 없다"며 "자기 스스로가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이 필수인 시대다.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필수이기 때문에 두려워 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도전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