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설득 무용지물... 남은 열흘에 운명 맡겨야캐나다·멕시코 이어 호주까지 제외… 정부 '총력 대응'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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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열흘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수입산 철강(25%)과 알류미늄(10%) 관세안이 23일 발효된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미국의 관세부과에 정부는 가용 채널을 총동원해 총력대응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대미 철강 수출 3위를 기록하고 있는만큼 관세 부과대상에서 빠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까지 제외… 김동연 "총력 대응"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철강 면제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이어 "다음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양자회담을 갖고 한미 통상 현안과 여러 대외문제에 대한 폭넓은 협의를 가질 생각"이라고 했다.미국은 이번 관세대상에서 기존의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호주까지 제외시켰다.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호주와는 매우 공정하고 상호혜택이 되는 군사·무역간계를 추진해 왔다"면서 "안보 협적이 매우 신속하게 진전되고 있어 우리의 동맹국이며 위대한 국가인 호주에 철강과 알류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됐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애초 호주는 미국의 '관세대상'에서 중요한 위치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체 철강 수입량은 3447만t에 달하는데 이 중 호주는 28만t에 그친다. 비중이 0.8%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더군다나 호주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 중에 하나다. 미국은 지난해 호주를 상대로 무역 흑자를 145억5천만 달러를 냈다. 전년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타깃 중국인데… 우리 일자리 1.4만개 날아간다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수지는 229억달러 흑자였다. 전년도인 276억달러보다 규모가 줄었으나 미국은 여전히 대미무역을 불공정 무역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줄기차게 압박해온 요인도 여기에 있다.미국은 중국이 철강을 많이 생산하면서 미국의 철강산업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산 철강을 '환적' 수출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중국산 철강을 대량 수입해 그대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에 "환적수출은 오해로 대미 수출 철강에서 중국산을 이용해 재가공한 철강의 비중은 2.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역시 "우리가 수입한 중국산 철강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등에 쓰이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문제는 지난 한달 간 이러한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미국은 안보와 경제를 일치시켜 캐나다와 멕시코를 북미자유협정(NAFTA)협상국으로 예외했고, 호주 역시 군사와 경제를 엮어 관세부과를 면제처리 했다.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안보 동맹국이지만 경제적인 요건인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관세부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현대경제연구원은 철강 관세가 발효되면 향후 3년 간 국내 생산 손실이 7조2300억원에 달하고 국내 1만44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유럽과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면 글로벌 무역이 위축돼 대미 수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까지 위협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