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연속 수출 상승세 제동 우려

  •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피해액이 30조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피해액이 30조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17개월 연속 증가세인 우리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피해액이 최소 30조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간재를 비롯해 반도체, 전자제품 등 우리 핵심 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가뜩이나 환율강세까지 겹쳐 한국 수출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연간 389조원 날아갈 판 

미국은 이르면 5월부터 54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1300개 관세 항목에는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3위내 도약을 선언한 반도체, 배터리, 통신 등이 포함됐다.

연간 3750억달러(400조)에 달하는 대중국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의 대미수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발표 12시간 만에 25% 관세로 맞받아쳤다. 미국산 대두를 비롯한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항목에 똑같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수출품 1위는 곡물, 2위 항공기, 3위는 자동차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당장 우리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연간 수출액이 282억6천만달러(약 30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악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유럽연합(EU)로 확산돼 미국, 중국, EU의 관세가 지금보다 10%P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이 경우, 전세계 무역량이 6%P 감소해 우리수출은 연간 6.4%P 367억달러(약389조원)이 쪼그라들 전망이다.  


◇ 반도체·중간재 수출 어쩌나…환율까지 '막막'

세부적으로는 첨단 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의 피해액이 클 전망이다. 또 중간재 수출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완제품에 필요한 부품) 형태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량도 감소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 중간재 수출 규모는 97조5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대중 수출 규모의 78.9%를 차지한다.

중간재 수출에서 반도체 등 전자직접회로는 210억달러나 된다. 전자기기의 가공무역 비중 역시 대중수출이 65.6%나 돼 피해액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중국 정부의 고율관세 부과대상 품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공장 생산제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 품목 중 반도체 관련해서는 트랜지스터, 사이리스터, 발광다이오드 등 총 10개 품목이다.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따른 HS코드 형식에서는 이들 품목이 비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피해액이 30조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의 피해액이 30조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에서 D램 메모리 제품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두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 중 대부분이 중국의 완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만큼 관세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다만 한편에서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물밑협상을 통해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협상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중 양국이 새로운 무역 질서를 세우기 위한 '뉴 노멀(New normal)' 협상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치킨게임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