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대금 3000억원 지급 못해 생산물량 감소 불가피성과급 이미 지급 불가 선언, 월급 및 퇴직금도 장담 못해
  • ▲ (왼쪽부터)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뉴데일리DB
    ▲ (왼쪽부터)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뉴데일리DB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지엠(한국GM)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인건비와 성과급 및 협력업체 부품대금 등을 지불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사내 구매팀 등 본사 부서를 직접 방문해 일반직 사원들과 회사 현황에 대해 공유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카젬 사장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이메일 서신을 보내 성과급 불가에 대해 통보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이달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하지만 노사간 갈등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지연되면서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젬 사장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협력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부품대금 마련도 힘들다"며 "부품을  받지 못할 경우 생산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매달 부품 조달 비용으로 평균 30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생산시설이 일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수출물량 감소도 불가피하다. 회사 내부에서는 중국 등 인근 해외 지역으로 수출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직원 및 희망퇴직자들에게 당장 지급해야 할 돈도 부담이다. 한국GM은 이달 720억원 규모의 성과급(1인당 약 450만원)과 전체 직원 월급 1000억원, 희망퇴직(2600명) 비용 5000억원 등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언제든지 GM본사에서 회수할 수 있는 차입금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GM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난을 이유로 차입금 상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해결하지 못해 계속 연장 중이다. 오늘(8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추가 차입금도 988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GM본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이며, 이자율은 최대 5.3% 수준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이달에만 약 3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 ▲ 군산공장 폐쇄 철회 및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뉴데일리DB
    ▲ 군산공장 폐쇄 철회 및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뉴데일리DB


    한국GM이 좀처럼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부도설과 철수설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5일 "회사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없을 시 이달 도래하는 각종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표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GM본사에 방문했을 때 비용 증가 등의 사례가 호주와 같다고 했다"며 "철수는 시점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