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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대출액이 2년 반 만에 10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원화대출 잔액도 800조원을 넘어섰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 국내 4대 은행 원화대출금 잔액은 총 829조462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3분기 725조2240억원이던 원화대출금 잔액이 2년 반 만에 100조원(14.4%)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2014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2016년 6월에는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린 뒤 이를 장기간 유지한 사이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열기가 번지면서 저금리 대출을 동원해 주택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는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 1분기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38조6340억원, 기업대출 잔액은 388조2310억원이었다.
2015년 3분기만 하더라도 가계대출은 368조7880억원, 기업대출은 351조7700억원으로 17조원 차이였지만,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격차가 50조원 이상 벌어졌다.
2년 반 동안 가계대출 증가율은 18.9%, 기업대출의 경우 반절 수준인 10.4%였다.
다만 이 같은 추세는 최근 1년 새 뒤집히는 모양새다.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등 우려가 커지면서 각종 규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내놓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대출규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동기 대비 올 1분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6.7%로, 기업대출 증가율인 7.2%에 못 미쳤다.
각 은행도 규제 문제를 고려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여신에 관심을 쏟고 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여신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곽철승 하나금융 CFO도 "올해 하반기 가면 규제 문제 있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유지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