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증권가에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제약기업에서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이 회사가 고의적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며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반영, 1조9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허위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적자를 이어가다 2015년 갑자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코스피 상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뻥튀기’해 고의적으로 순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으며 당시 투자금은 3300억원이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편입 당시 시장가격을 4조80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이 근거가 정당하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공동 경영권(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로 바이오젠 측이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서면통지를 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의 지분 94.6%(상장 당시 91.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여전히 50%를 넘게 된다. 이 때문에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약사의 다소 모호한 R&D 회계처리 기준도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제약‧바이오 업체와 같이 총자산 중 개발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테마감리를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뚜렷한 근거나 기준 없이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근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회계기준에 따르면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요건으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기업의 의도 및 능력 ▲경제적 효익 창출 방법 및 가능성 등이 있다.
그러나 제약산업의 경우 전임상 물질이 완전한 오리지널 신약으로서 상업화에 성공하는 가능성이 평균 1%도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이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4000억 이상 국내 제약사 중 R&D비용을 공시한 31곳 중 절반이 넘는 18곳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이들 업체는 총 4868억원의 R&D 비용 중 34.8%인 1697억원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 11곳은 R&D 비용 약 59조1177억원 중 19.3%(11조3847억원) 만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또 2016년 한미약품의 사례처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는 호재로 주가가 일시 급등했다가 추후 무산돼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었다.
한 상장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의 실제 성과와 무관하게 주가가 수요나 단기적인 풍문에 의해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며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실적과 미래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