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신조발주위원회에서 이르면 5월 말 조선사 선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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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발주한 3조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놓고 조선업계가 본격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은 이미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만큼, 수주 물량을 둘러싸고 국내 조선사 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조선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예상대로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진중공업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사 선정 작업은 현대상선 신조발주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정확한 구성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운·조선 관련 전문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면 이번달 말까지 조선소 선정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까지 조선소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적용 기술을 두고 여러가지 제안들이 나왔으나,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도 오랜만의 대형 일감 소식에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이번 기회에 일감도 확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도 인정받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친환경 기술력에 있어서는 조선사 모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이 내세우는 건 연료 절감 기술이다. 최근에는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이는 공기윤활시스템(SAVER Air)을 초대형 고속 컨테이너선에 세계 처음으로 적용했다. 
공기윤활시스템은 선체 바닥 면에 공기를 분사해 마찰저항을 줄여 연비를 4% 가량 높일 수 있다. 

컨테이너선 초대형화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홍콩 OOCL사에 인도한 2만1413TEU 컨테이너선은 현재 운항중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발주된 2만TEU 이상 컨테이너선 12척 중 10척을 수주했을 만큼 이 분야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액화석유가스(LPG)와 벙커C유를 모두 연료로 쓸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을 적용한 벌크선을 국내 최초로 인도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다수의 LNG추진선을 수주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5만톤급 액화천연가스(LNG)추진 벌크선 1척을 수주했고,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세계 최초 LNG추진 대형유조선 6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 추진선 분야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영업팀 쪽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선·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1분기에만 올해 수주 목표치의 30% 이상을 달성했다. 올해 발주된 LNG선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주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조선 3사 가운데 대우조선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대우조선 관계자도 "기술력은 조선사 별로 다 비슷하다"면서 "실적 자체가 곧 시장에서 얼만큼 인정받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주인이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에 발주물량이 집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 원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5척을 모두 수주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나 가격 등이 아닌 다른 논리에 의해 조선사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예전에도 대우조선이 초대형유조선 5척 물량을 모두 가져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경우에는 섭섭하긴 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해운업계에서는 형평성과 납기일을 고려한다면 한쪽에 물량이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조선소들의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서로 다른 부분에서 장단점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2020년까지 현대상선이 목표한 20척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서 나눠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