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2000년 8월 5억달러 지불해 7개 SOC 사업권 확보북한, 2011년 6월 독점적 권리 인정않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정
  • ▲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현대엘리베이터
    ▲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그룹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등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해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커지자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이 확보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을 포함해 7개 SOC 사업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철도·통신·전력 등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SOC 사업권은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독점권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아산은 정당하게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독점권을 인정해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협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현대그룹은 남북 경제협력사업 재개를 위한 심층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했다.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개성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향후 7대 SOC 사업까지 남북경협사업 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대북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8월 5억 달러를 지불하고 SOC 사업권을 따냈다. 북한에서 경제 협력을 담당하는 조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전력·통신·철도 등 7개 사업을 30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2000년 사업권 획득 후 경의선 및 동해선 건설 인프라 등에 참여한 바 있지만, 전력이나 통신 사업 부문에서는 진행된 내용이 없다. 지난 2003년 3월 북측 아태위원회가 7개 사업 이행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이후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뒤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했다. 법에는 '한국은 물론 제3국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 해외동포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논의되고 있는 정부의 한반도 통합철도망 사업 구상에도 현대아산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룹 몸집이 줄어들면서 철도·통신·전력 등 SOC 사업을 맡을 계열사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경협 전문가는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면 현대아산이 과거처럼 운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사업 독점권을 갖고 있지만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 협상이라는 과정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유엔 전체의 제재가 먼저 철회돼야 한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동시에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정당한 대가를 내고 SOC 사업권을 가져온 것은 팩트"라며 "정부와 북한 모두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거나 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과는 컨소시엄 구성 등 여러 방식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