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에 대한항공 법인 과징금 27.9억… 항공안전 영향 50% 가중조현아 전 부사장·여운진 전 상무 각각 과태료 150만원… 기장은 처벌 안 해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공식적인 직책이나 업무권한이 없음에도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내부문서를 결재해온 것으로 발견돼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선 항공법 위법으로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2014년 뉴욕항공 램프리턴(여객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올해 웨이하이공항 활주로 이탈 등 2건의 항공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총 과징금은 30억9000만원이다.
또한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했던 것과 관련해 진에어 면허 결격사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비정상적으로 진에어 운영에 관여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에 조사를 의뢰했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조현민 전 전무의 등기임원 재직과 관련해 진에어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내부문서 결재를 확인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3월 진에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0일 49일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소명자료에는 조양호 회장이 2012년 3월부터 올해 3월 취임 전까지 총 75건의 내부문서에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명자료는 조현민 전 전무가 맡았던 마케팅부서의 내부문서로, 마일리지 제도 관련 내용이나 진에어 승무원 유니폼 신규 구매 계획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진에어 이사에서 빠졌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결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진에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 사장과 협의과정을 거친 것은 확인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공식 업무권한이나 직책이 없음에도 진에어 내부문서에 결재한 것은 비정상적인 회사 운영으로, 그룹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해당 자료를 공정위에 보내 검토의견을 의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정위 통보는 조사 의뢰로 보면 된다.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조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통보는 진에어 면허 결격사유 조사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여러 법무법인에 법리검토를 자문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검토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결과가 나오면 내부 검토를 통해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땅콩회항과 관련해선 조현아 전 부사장 지시에 의한 램프리턴이 옛 항공법의 운항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여운진 당시 객실담당 상무에게는 거짓 진술에 따른 과태료 각 15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28억9000만원은 올해 위반행위에 대한 최고금액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이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도 지속하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18억6000만원에 50%를 가중해 최종적으로 27억9000만원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기장과 관련해선 "운항규정 위반과 관련해선 행정처분이 마땅하지만, 검찰이 대한항공 조직문화와 관련해 기장을 피해자로 보고 기소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한다면 기장도 예외 없이 처분대상에 포함한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웨이하이공항 활주로 이탈과 관련해선 운항승무원의 운항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에 과징금 3억원, 당시 기장과 부기장에게 각각 자격증명 정지 30일과 15일을 처분했다. 애초 국토부는 과징금 6억원을 부과할 생각이었으나 절반으로 줄었다.
국토부는 땅콩회항에 대한 행정처분이 늦어진 것에 대해선 내부감사를 통해 업무처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잘못된 행정처분에 따른 행정소송 제기 등을 참작할 때 재판 결과를 보고 행정처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아 그렇게 한 것"이라며 "다만 1심이나 2심 판결이 나온 후 행정처분 할 수 있었음에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3년 6개월쯤을 기다린 것에 대해선 감사를 통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행정처분과 관련해 재판 결과를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린 사례는 땅콩회항 사례가 처음이다. 진에어 면허와 관련해 '칼(KAL)피아' 논란에 휩싸인 국토부의 입지가 다시 좁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