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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매트리스에서 시작된 ‘라돈 공포증’이 생활가전 전체로 번지고 있다.
발암물질 라돈이 매트리스뿐 아니라 음이온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가전제품에서도 방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라돈’은 음이온 제품에 흔히 쓰이는 모자나이트에서 나오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음이온 생활제품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장했다. 센터는 특허청이 특허를 준 음이온 제품은 18만 종에 달하지만 이에 따른 안전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허 제품 중엔 정수기, 청정기 등 매일 사용하는 생활 밀착형 가전도 포함돼 있다. -
이연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간사는 "각종 제품 광고는 공기정화, 황산화작용 등 음이온의 건강 효과를 언급하고 있지만 논문 등 이를 뒷받침할 학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매트리스를 비롯 정수기, 청정기와 같은 생활 밀착 가전에 음이온 관련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의 지적처럼 ‘음이온’은 가전제품에 흔히 포함된 기능이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가습기, 드라이기 등 사용자가 곁에 두고 직접 들이마시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시민단체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생활가전제품에 음이온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비자 우려가 커지자 생활가전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앞선 ‘OIT(옥틸이소티아졸론) 필터 논란’처럼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청정기 필터 등에 쓰였던 OIT는 곰팡이를 방지하는 화학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이다. OIT는 가습기살균제 논란을 일으킨 CMIT와 같은 계열로 알려져 한참동안 가전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돈 침대 논란 이후 매트리스는 물론, 청정기와 정수기 등 음이온 기능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지난번 OIT필터 때처럼 관련 논란이 어떻게 확산될지 몰라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현재 시판 중인 음이온 가전제품들에 대한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음이온 제품을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오히려 오존 등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손윤석 부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음이온 가전제품들은 방출량 등 구체적인 기능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 음이온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학술적 근거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선 관련 기관의 안전 승인을 거쳐야 음이온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안전 기준치와 사전 승인 제도가 명확치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음이온 청정기의 경우 오존 등을 내뿜는데, 실내 사용 시 이를 사용자가 들이마셔야 해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