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신변 이상설 확산… 무기한 지연 우려UAE 바카라 가동도 연기… 한미 컨소시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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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소 예비사업자 발표가 끝내 이달에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제1부총리, 국방부 장관, 경제개발부문 이사회 의장 등으로 사우디 내 산업·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즉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그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왕세자 사망설 확산… 무기한 지연 가능성도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내 사우디 원전 사업자 발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애초 사우디 정부는 이달 중으로 1400MW급 원전 2기를 짓는 예비사업자 2~3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오는 2030년까지 2기 건설을 시작으로 2040년에는 원전 16기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최소 12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사업으로 수주경쟁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뛰어들었다.다만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28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원전 사업이 무기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특히 사우디와 적대관계인 이란을 중심으로 왕세자의 사망설까지 도는 상황인데 사우디 왕실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논란이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이란 강경파신문인 케이한은 "지난 4월 21일 사우디 왕실내 쿠데타 시도가 벌어져 빈 살만 왕세자가 총탄 두 발을 맞아 치료중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지금껏 사우디 국영통신사인 SPA는 빈 살만 왕세자의 공식활동을 매일 사진과 기사로 알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사진 및 영상 보도가 중단됐다.SPA는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2일 경제개발부문 이사회를 주재했고 이튿날엔 프랑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증명할 만한 자료는 빈약하다. 지난 22일 경제개발부문 이사회 사진은 과거 사진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활동에 관한 동영상은 전무하다.◇ 낙관론 펴던 정부 신중모드… 美 제동설까지우리정부는 뜻밖의 사업지연 상황에 신중모드로 전환했다. 애초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수주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온도차이가 난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UAE방문 당시만 해도 "바카라 원전은 양국 관계의 신의 축복이다. 바카라 원전 성공에 힘입어 사우디 원전 수주에 노력할 수 있게 됐다"며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수주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그러다 2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사우디 원전 수출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한국 방문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중"이라고 톤을 낮췄다.일각에서는 미국과 사우디 간의 관계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최근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이후, 걸프만의 이슬람 국가 역학관계가 다변화되면서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한국전력의 수출형 원전 APR-1400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의 기술을 기반으로 해 예비사업자 발표 이후, 한미 양국 간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높게 제기됐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사우디 원전 수주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