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회장 "2020년까지 3조원… 국내 패션기업 1위 목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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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오는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돌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라 패션업계가 정체에 늪에 빠진 상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 등 실적 성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3개 브랜드, 2300여개 매장을 전개 중인 패션그룹형지는 2014년 매출 1조100억원을 기록 후 실적이 정체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매출은 1조원 안팎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이는 최병오 회장이 지난 2015년 '창립 33주년, 2020 비전 및 통합 CI 선포식'에서 2017년 매출 2조원, 2020년 매출 3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과 대조된다. 2017년 매출 2조원은 이미 지키지 못했다.
주력사업인 패션을 벗어나 유통업까지 진출하며 종합패션유통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었지만 그 역시도 성적표는 초라하다. 아트몰링은 지난해 매출 161억원을 기록했지만 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최 회장이 지난해 매출 목표로 잡은 1200억원의 10%를 조금 웃도는 실적이다.
업계에선 형지의 성장 정체에는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로 패션기업들은 신규 브랜드에 투자하기보다 브랜드 효율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형지는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패션·잡화·유통 등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지만 시너지는 커녕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형지의 부채비율 역시 2015년 208%에서 2016년 241%, 지난해 313.4%로 급증했다.
2013년 인수한 형지엘리트의 매출(6월 결산법인)은 2013년 993억원, 2014년 916억원, 2015년 854억원, 2016년 1560억원, 지난해 1741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8억원, 49억원, 11억원으로 줄어들더니 2016년 61억원, 지난해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
2014년으로 인수된 형지에스콰이아의 매출(6월 결산법인)은 2016년 347억원에서 88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순손익에서는 여전히 흑자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손실은 각각 31억원과 48억원을 적자를 봤다.
2012년부터 인수한 남성복 브랜드 형지I&C(우성I&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2013년 매출 644억원, 2014년 929억원 2015년 1178억원, 2016년 1276억원, 지난해 11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11억원, 2014년 21억원, 2015년 15억원에서 201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억원, 88억원의 적자를 봤다.
업계에선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주춤한 소비심리 영향으로 최 회장의 매출 목표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0.3% 감소한 43조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형지보다 매출이 뒤쳐졌던 경쟁업체도 무섭게 치고 올라올라오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해 각각 매출 1조2287억원, 1조1025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서도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형지지만 국내 1위 패션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가 다소 과해 보인다"면서 "업황상 오는 2020년까지 매출 3조원를 목표로 했지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불황의 한파가 패션 기업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형지는 제대로된 성장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백화점과 온라인 등에 막대한 상품이 풀리면서 형지의 매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두점들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외형 확장에 함께 내실도 다지지 않으면 위기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