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측 빠진 채 표결로 공익위원 안 채택… '반쪽심의'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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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오전 4시30분께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2019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심의, 의결했다.
전원회의는 사용자위원 9명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근로자위원 5, 공익위원 9명만 참석했다. 표결 등 심의과정에서 퇴장한 게 아니라 노동계 또는 경영계가 보이콧하는 '반쪽심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표결에 나섰다. 근로자위원은 올해보다 15.3% 오른 시급 8680원, 공익위원은 10.9% 인상한 8350원을 제시했고, 표결 결과는 각각 6표와 8표가 나왔다.
최저임금위가 파행하기 전 노사 양측은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970원(월 225만5110원)과 7530원(월 157만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43.3% 인상, 경영계는 동결을 각각 요구했다.
이날 의결한 최저임금은 다음 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 16.4%보다 5.5%포인트 낮다. 고용노동부와 공익위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만큼 최근 제기된 '속도 조절' 필요성에 부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제현안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대해 "중단하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며 "규모는 조정될 수 있으나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과 55~64세 등 일부 연령층의 고용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의 수용 능력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대선 공약인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내년 이후 평균 15.2%씩 올라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이 8678원은 돼야 한다. 노동계가 올해보다 15.3% 오른 시급 8680원을 수정안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다.
최저임금위는 전날 사용자위원 복귀를 기다리며 몇 차례 정회를 반복하다 오후 9시를 넘겨 사용자위원 측으로부터 불참 통보를 받고 회의를 속개했다. 이후 자정부터는 회의 차수를 제15차로 변경해 논의를 이어갔다.
사용자위원 9명은 1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모여 최저임금위 복귀 여부를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사용자 측은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명분도 없이 참석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입장(동결)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불복종 선언을 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상관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