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성 결여된 시위 유감… 마음의 상처 입은 참가자에 송구"
  • ▲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알리는 포스터. ⓒ우아한형제들
    ▲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알리는 포스터. ⓒ우아한형제들

    음식배달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행사장에 난입해 시위를 벌인 동물보호단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참여한 이들에게는 행동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행사에 끼친 직간접적 피해, 나아가 행사 참가자 분들의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초래한 부분 등에 대해 수사 기관을 통해 정식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었다. '치믈리에'는 '치킨'과 와인 감별사를 뜻하는 '소믈리에'의 합성어로 우아한형제들은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해 '치킨 감별사'를 뽑고 있다.

    그런데 이날 행사 초반 동물보호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이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무대를 점거하고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방식으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치킨은 살 안쪄요, 치킨은 죽어요', '이 맛은 30일짜리 병아리 맛'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도 들었다. 이들이 기습 시위에 나선 것은 동물권(Animal rights)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동물권은 비인간 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번 시위에 대해 대표적인 동물권 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대표는 "'치킨은 살이 안 쪄요 살은 제가 쪄요' 등 그동안 배달의민족이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비인간 동물의 고통에 대한 아무런 고민과 걸림돌 없이 너무 심한 카피를 사용해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바로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으로 보장받은 다양한 길이 있음에도 정당성이나 합법성이 결여된 채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참가자 등에게 너무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습 시위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과 비용, 노력을 기울여 함께 준비해 온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행사장을 찾은 수백명의 참가자들에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라며 "행사 참가자들을 마치 생명을 경시하는 것처럼 죄인 취급하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은 겁에 질려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물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양한 배달 음식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음식점 업주 분들, 어느 누구도 '생명에 대한 존중'에 반대할 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생각과 의견을 가졌든 목소리를 낼 때는 그에 적절한 형식과 절차가 있고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해서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까지 무시하고 짓밟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출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