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석탄화력 감축 역부족… LNG세 인하 신중해야"서민증세 논란 일라… 경유세 대신 낡은 차 개소세 감면
  • ▲ 공장.ⓒ연합뉴스
    ▲ 공장.ⓒ연합뉴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에너지 세제를 환경친화적으로 개편한다. 발전용 유연탄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논란이 뜨거웠던 경유세 인상 관련 로드맵이 함께 제시됐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경유세 인상은 더는 언급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민 증세라는 악재로 이어질 수 있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여러 논란에도 법인세, 부동산세 등 소위 부자 증세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30일 정부가 내놓은 2018년 세법개정안에는 에너지 세제 개편안도 담겼다.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를 현행 ㎏당 36원에서 46원으로 10원 올리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에 물리는 세금은 ㎏당 91.4원에서 23원으로 68.4원 내리기로 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와 관련한 환경 피해비용 비율에 맞춰 세금 부담을 조정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유연탄의 환경비용은 85원, LNG는 43원으로 유연탄이 2배쯤 많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유연탄과 LNG에 대한 세금 부담을 2대 1 수준으로 맞췄다. LNG에 붙는 개별소비세와 수입부과금을 각각 대폭 낮췄다.

    정부는 이번 조정으로 유연탄 발전 비중은 41.7%에서 41.2%로 0.5%포인트(P) 줄고 LNG 발전 비중은 22.6%에서 23.1%로 0.5%P 늘 것으로 추정했다. 발전량 변화에 따라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PM 2.5)가 427t 감축될 거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낡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 기존 미세먼지 대책과 함께 시행하면 상당한 수준의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유연탄세 부담금 증가만큼 LNG세 부담이 감소하게 설계돼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유연탄세 인상의 방향은 환영하나 세제 조정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견해다.

    환경운동연합은 세법개정 관련 당정 협의가 있던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석탄화력은 막대한 환경비용을 발생시킨다. 값싼 에너지원인 유연탄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피해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려면 세금이 ㎏당 100~200원 수준은 돼야 하므로 실질적인 석탄화력 감축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연탄에 대한 단계적 세금 인상과 석탄 총량제 등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NG세 대폭 인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고려해 LNG 부담을 낮추라고 권고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유연탄세 인상에 우선 방점을 둔 것이었다"며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유연탄은 환경비용의 22%, LNG 발전은 55% 수준만 과세한다. LNG 화력발전도 환경비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유세 인상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경유차를 억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라며 "낡은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주어 전환을 유도하는 것과 경유세를 올려 소비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윳값이 휘발윳값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여서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도 경유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미세먼지 줄이기라는 명분이 있음에도 현재 여당 상황이 좋지 않아 경유세 인상이 부담스러운 듯하다"며 "요금과 세금을 올리는 건 인기 없는 정책이다. 야당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에너지전환 정책 등에 대해 공세적이어서 (여당과 정부로선) 경윳값을 올리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 공청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서민 부담을 가중하는 꼼수 증세라는 지적에 맞닥뜨리자 연구용역 결과 경윳값 인상이 미세먼지 감소에 미치는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며 경유세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진화했다.

    지난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하나로 추진된 에너지 세제개편안은 10여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중에는 2007년 휘발윳값 대 경윳값 대 액화석유가스(LPG) 값을 100 대 85 대 50으로 맞춘 에너지 상대가격을 휘발유 100 대 경유 125 대 LPG 75로 높이는 안도 포함됐었다.

    문제는 경유세가 서민층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간접세라는 점이다. 세제개편안이 알려지자 서민 증세 논란이 일었다. 경유차는 연비가 좋고 소형 승합차 등이 많아 생계형 소상공인이나 서민이 애용한다. 이 국장은 "(당시) 서민 생계형 경유차에 대한 보완과 복지정책을 같이 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에 경유세 인상 카드는 꺼내지 않았으나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책은 내놨다. 2008년 이전 최초 등록한 승용·화물 경유차를 폐차 등 말소 등록하고 두 달 안에 새 승용차를 사면 최고 143만원까지 개별소비세 등을 70% 감면해준다. 이는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은 일몰(폐지)기한을 올해 말에서 2021년 말로 3년 연장했다.